[데스크 시각] 미국 고립주의 고집에 커지는 3차 세계대전 위기

입력 2025-06-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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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호 국제경제부장

‘美우선주의’ 30년대 非개입 닮아
1·2차 대전으로 막내린 비극 초래
최악상황 우려에 외교노력 복원을

인공지능(AI)이 일상에 스며들고 화성 탐사의 꿈으로 나아가는 지금 기술적 낙관주의가 세상을 뒤덮는 듯했지만, 수면 아래에서 어른거렸던 100여 년 전의 망령이 나오려 한다.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평화로웠다는 ‘벨 에포크(Belle Epoque)’ 시대가 1차 세계대전의 참화로 막을 내렸듯,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라 불린 번영의 시기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으로 귀결됐듯, 지금의 세계는 냉전 이후의 불안한 평화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극대화하고 있다. 이런 역사의 소용돌이 중심에는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고립주의 회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사는 반복된다. 미국은 1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 유럽 대륙의 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며 엄격한 고립주의를 표방했다. 먼로 독트린 이래 비개입주의는 미국의 오랜 외교 전통이었다. 그러나 독일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으로 미국 상선과 시민의 희생이 잇따르자, 자국의 경제적 이익과 안보가 더 이상 안전지대에 머물 수 없음을 깨달았다. 결국 미국은 전쟁의 핵심 당사자로 개입했고, 전후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주역이 되었다.

2차 세계대전 직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공황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급급했던 미국 사회에는 다시 한번 고립주의의 물결이 거세게 일었다. 유럽에서 나치즘과 파시즘이 광기를 떨칠 때도 미국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하지만 일본의 진주만 공습은 미국에 고립주의가 얼마나 허상에 불과한지 피로써 증명했다. 태평양과 대서양이라는 거대한 방어벽도 자유무역과 동맹체제라는 세계 질서가 무너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절감한 것이다.

이러한 역사의 교훈은 놀라울 정도로 오늘날의 상황과 닮아있다. 경제적으로는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교차하며 거품과 긴축이 반복되고, 정치적으로는 권위주의의 부상과 민주주의의 후퇴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세우고 있는 ‘아메리카 퍼스트’는 1930년대의 고립주의를 그대로 빼닮았다. 그는 동맹을 비용의 관점에서 재단하고,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더 이상 맡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러한 기조는 미국의 외교적 영향력과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결과를 낳았다.

그 위험한 결과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곳이 바로 중동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사상 초유의 본토 공격을 주고받는 현 사태는 미국의 역할 부재가 어떤 파국을 초래하는지 보여준 예고편과 같다. ‘미국은 더 이상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하자 지역 강국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생존을 도모하려 들면서 곧장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5월 중동 순방 당시 이스라엘을 의도적으로 제외한 것이 이번 사태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의 6차 핵협상을 불과 이틀 남겨두고 공격을 감행한 것은 이스라엘이 그만큼 안보적 고립감을 심각하게 느꼈음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초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방어 약속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오히려 양측의 교전이 훨씬 격화한 것이다. 만약 미국이 또다시 고립주의를 통해 문을 걸어 잠근다면 중국의 대만 침공과 같은 더 큰 재앙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결론적으로 고립주의는 미국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더 위험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 힘의 공백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갈등을 유발하며, 이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미국의 안보와 이익을 직접 위협하고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3차 세계대전의 위기를 스스로 불러들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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