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생산지 재조정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사용된 철강에도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 기업들은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 비중이 많은 만큼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양사는 생산지 재조정 등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12일(현지시간) 50% 철강 관세 부과 대상이 되는 철강 파생제품 명단에 제품을 추가했다.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냉동고, 조리용 스토브, 레인지, 오븐,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등이 포함됐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3월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철강으로 만든 파생제품에도 철강 함량 가치를 기준으로 25% 관세를 부과했다. 특정 제품에 사용된 철강의 가치를 따져 거기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의미다. 트럼프 행정부는 4일부로 철강과 파생제품에 대한 관세를 50%로 올렸다. 추가된 제품에 대한 관세는 23일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 기업 역시 추가 관세 부과에 대한 여파가 가시화되고 있다. 양사는 미국에서 세탁기 등 일부 제품을 생산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멕시코 등 해외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이 크다. 현재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TV를, 메테라로 공장에서는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LG전자는 레이노사 공장에서 TV를, 몬터레이 공장에서 냉장고·세탁기를 각각 생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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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는 그간 관세 인상에 대비해 여러 대책과 시나리오를 검토해왔다. 다만 당장 관세 리스크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본격적인 추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17~19일 사흘간 열리는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구체적인 대응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생산지 이전 등이 주요 카드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 TV·가전 분야 관세 대응책과 관련해 "프리미엄 제품 확대를 추진하고 글로벌 제조 거점을 활용한 일부 물량의 생산지 이전을 고려해 관세 영향을 줄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LG전자는 세탁기, 건조기 물량을 테네시 공장으로 점진적으로 이전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지역별 관세에 맞춰 전 세계에 있는 생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스윙 생산'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4월 서울대 특별강연에서 "미국 생산 기지 건립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우선 생산지 변경이나 가격 인상 등 순차적인 시나리오에 따라 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