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향엽 의원 “회식 사라진 도시…철강업, 도시 생존과 직결” [무너진 산단, 위기의 도시下]

입력 2025-06-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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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6-12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권향엽 민주당 의원 인터뷰
“8개월치 임금 못 받은 근로자…회식 사라지고 지역 이탈”
철강업, 국가첨단전략산업 포함돼야
광양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정 필요성도 강조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의 거센 공세 속에 한국 산업의 심장이 멈춰가고 있다. 철강, 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을 토대로 성장해온 도시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생산설비는 멈췄고, 협력업체는 줄도산 위기에 내몰렸다. 사람은 떠나고, 지역 상권은 불 꺼진 채 침묵을 이어간다. 산업의 쇠락은 곧 도시의 공동화로 이어진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무너진 것은 아니다. 위기의 잔해 속에서도 새로운 움직임이 움트고 있다. 수소, 이차전지 등 미래 산업이 폐허 위에 다시 산업 생태계를 세우기 위한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산업도시의 붕괴와 재편, 그 최전선에서 위기를 견디는 사람들. 다시 일어설 길을 모색하는 기업과 도시를 조명한다.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 벽지 보이시죠? 겉으론 벽지지만, 안에는 철이 들어 있습니다. 숟가락, 악기, 가구… 우리 일상 어디에나 철이 있습니다. 철은 산업 전반의 핵심 기초 소재이자 미래 신사업에도 필수적입니다. 철강 산업이 무너지면 도시도 무너집니다.”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이 기자와의 인터뷰 도중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벽지를 짚으며 말했다. 지역 경제의 근간인 철강 산업이 위기에 처한 지금, ‘말’보단 ‘현장감’으로 설득하겠다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소속이면서 지역구가 4개에 달하는 권 의원은 매일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동시에 지난 4월 열린 ‘철강산업 지원 특별법 국회 입법 토론회’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등 철강업 살리기에도 진심이다. 전날도 지역구에 방문했다가 막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왔다는 권 의원을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권 의원의 지역구인 광양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크게 의존하는 도시다. 지역구를 방문하면 업황 악화가 지역 경제 어려움이 직접 피부로 느껴진다는 게 권 의원 설명이다. 그는 “산업단지 회식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일이 없으니 소비가 없고 소비가 없으니 동네가 조용하다”며 지역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광양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광양지역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2021년 109.6에서 올해 2분기 54.3으로 반토막 났다. 철강 수요 둔화와 중국 저가 공세가 장기화되면서 산업의 피로도가 지역 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여수도 비슷하다. 여수 국가산단 의존도가 98%에 달하는 데다 석화 산업 침체로 지난달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으로 지정됐다.

글로벌 공급 과잉, 특히 중국 저가 철강과의 경쟁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고 건설업 침체로 수요가 줄면서 철강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그 여파가 퍼지고 있는 셈이다. 산업의 어려움은 인구 유출로 이어진다. 특히 기존에 있는 설비를 계속 유지하게끔 개보수를 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확장할 때 필요한 ‘플랜트’ 사업 부문이 가장 어렵다.

권 의원은 “SOC 투자를 해야 일감이 생기는데 근로자들을 만나보니 일이 없어 임금을 8개월 치를 못 받고 있다고 했다”며 “일거리 자체가 없어지다 보니 다른 지역으로 일거리를 찾아서 나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광양은 단순히 철강 하나에 의존하는 도시가 아니다. 철강, 플랜트, 항만, 협력업체 등 산업 전반이 맞물린 구조다. 철강업이 흔들리면 일자리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지역 물류·상권·항만 고용까지 연쇄 타격을 입는다.

권 의원은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철강·알루미늄 25%→50%)에 대해서도 정부의 대응 부족을 강하게 비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에 가서 협상하고 왔다는데, 상임위원회에선 구체적인 협상 내용을 하나도 들을 수 없었다”면서 “민간 태스크포스(TF)도 야당과는 공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관세 인상으로 한국 철강업계가 입을 피해는 약 4884억 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권 의원은 “관세 충격은 곧장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이 피해는 수도권보다 지방 산단부터 체감한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28일 방문한 전남 여수 산업단지 전경. 정진용 기자 jjy@
▲지난달 28일 방문한 전남 여수 산업단지 전경. 정진용 기자 jjy@

권 의원은 현재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에만 국한된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철강을 포함시키는 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그는 “수소환원제철, 탄소 저감 기술 같은 전환은 기업 혼자 감당할 수 없다”며 “설비를 통째로 바꿔 첨단산업을 법적으로 명시해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포스코가 추진 중인 수소환원제철 공정은 수천억 원 이상이 드는 장기 프로젝트다. 권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도 관련 공약을 냈다”면서 “산업 전환을 지원하려면 말이 아니라 ‘제도와 예산’이 따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철강업계의 전기료 부담도 현장의 목소리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4년간 80% 가까이 인상됐다. 특히 철강업은 전체 기업 이익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포스코는 자체 LNG 발전소를 운영 중이지만 비용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권 의원은 “광양 현장에서 ‘산업위기 선제지역’ 지정과 함께 가장 많이 나오는 요구가 전기료 감면”이라며 “산자부에 전략산업만이라도 요금 감면을 요청했지만, 뚜렷한 대답이 없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도 언급했다.그는 “에너지 정책은 곧 산업정책”이라면서 “기후에너지부가 만들어졌으니, 지역 차등요금제도 다시 추진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권 의원은 광양, 여수, 울산, 포항, 창원 등 ‘U자형 산업 벨트’의 위기를 언급하며,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 재편을 촉구했다.

그는 “철강산업 살리기는 우리 지역에서는 굉장히 절박한 문제”라며 “국가 산단과 협력사들까지 해서 일자리를 가지고 종사하는 사람이 1만5000명 수준에 달한다. 국가 산단이 가동을 줄이면 결국 물동량이 줄고 이는 곧 항만 근로자, 지역 경제로 빠르게 전이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조업, 철강, 에너지 산업이 다 영호남 해안가에 몰려 있는데, 인구는 적고 의원 수도 적어 목소리가 작다”면서 “우리는 국가 산업 정책 방향이 결정되는 굉장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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