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경쟁력 약화 속 온라인 공략 해석도
이랜드리테일 “PB 외연 확장, 규모의 경제 강화 차원”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대형마트 킴스클럽이 자체 브랜드(PB) 오프라이스(Oprice) 상품을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등 이커머스를 통해 판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통사가 PB를 경쟁사에 직접 판매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최근 편의점 사업이 좌초된 킴스클럽이 온라인에서라도 PB 매출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본다.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킴스클럽 PB 오프라이스는 C커머스 대표 기업 알리익스프레스(알리) 내 한국상품 전문관 케이베뉴(K-venue)에 공식 스토어 형태로 입점했다. 케이베뉴는 중국 상품 직접구매(직구)가 아닌 국내 기업이 한국 내에서 상품을 발송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알리 K베뉴에 판매 중인 오프라이스 제품은 화장지, 물티슈, 세제, 건전지 등 생활용품이 주를 이룬다.
오프라이스는 킴스클럽 PB 브랜드로 2018년 이랜드리테일이 론칭했지만, 현재는 유통소싱전문법인 이랜드팜앤푸드가 사업을 맡고 있다. 오프라이스는 론칭 초기 생수와 우유, 휴지, 물티슈, 키친타올 등 생활용품을 시작으로 현재는 간편식까지 카테고리를 넓혔다.

오프라이스는 국내 이커머스 1위 쿠팡에도 입점했다. 다만 쿠팡 직매입 방식이 아닌 이랜드팜앤푸드가 오픈마켓 형태로 쿠팡에 입점, 로켓배송 물류망을 이용 중이다. 이로 인해 화장지 등 오프라이스 일부 상품은 주문한 다음 날 배송된다.
유통업체가 이커머스에 입점, 자신들의 PB 상품을 판매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다. PB 상품은 유통업체가 제조사와 협력, 독자적으로 제작하고 자체 유통망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로선 PB 상품을 생산하면 마케팅이나 유통 비용이 절약돼 상품 마진이 높아지고, 소비자 입장에선 제조업체 브랜드(NB) 제품보다 PB의 가성비가 높다. 무엇보다 히트 PB 상품은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오프라인 유통사의 중요 사업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업체들이 자사 PB 상품을 온·오프라인 타 경쟁사에서 판매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화장지 등 오프라이스 PB 중 일부 제품은 외부 (유통)플랫폼에서도 판매 중”이라며 “외연을 확장하며 규모의 경제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랜드리테일이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가는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 유통채널에 입점, PB상품 매출을 늘려 돌파구를 찾기 위한 시도라고 해석한다. 알리에서 판매 중인 오프라이스 화장지는 이랜드몰보다 가격이 약 640원 저렴하다. 알리 측이 마케팅 지원 등을 통해 판매가를 낮추긴 했지만, 결국 이랜드몰보다 알리를 통한 오프라이스 매출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4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총 매출 15조1000억 원 중 온라인 매출 비중은 54.4%로 전년 동월 대비 4.1%포인트(p) 상승했다. 반면 백화점,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편의점의 매출 비중은 전년 동월 대비 모두 감소하며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이랜드리테일은 신사업으로 추진한 편의점 사업까지 '업태혼종' 논란에 좌초되면서, 매출 창구 다변화 전략이 시급한 실정이다. 올해부터 NC백화점 1층에 오프라이스 매장을 전진 배치하는 등의 전략도 PB를 통한 매출 확보 의도로 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의 작년 매출은 1조5649억 원으로 전년 대비 0.4%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00억 원으로 무려 42% 감소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사 PB 상품을 경쟁사, 특히 이커머스에서 판매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며 “매출 돌파구 찾기에 역점을 둔 행보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