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실장, 포럼 출범 때부터 자문위원으로 참석해와
이 총재 금융위 초대 부위원장 맡을 때, 김 실장 국가경쟁력강화위 소속

10일 한은에 따르면 김 실장은 한은 내부적으로 구성된 ‘머니앤뱅킹 미래포럼’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최근 대통령실 정책실장으로 임명되며 자문위원에서 물러났다.
‘머니앤뱅킹 미래포럼’은 2023년 3월에 출범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금융산업 환경 속에서 한은의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자 출범한 내부 스터디 그룹이다. 포럼의 외부 자문위원은 7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총재도 일정에 따라 직접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범 첫 회의는 금융결제국 소속 디지털화폐연구실이 주도했으며 이후에는 금융결제국 소속 디지털화폐연구실, 금융안정국이 번갈아 주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포럼에서는 디지털화폐연구실이 ‘한강 프로젝트(디지털화폐 실거래 테스트)’를 주제로 포럼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관계자는 “김 실장께서 자문위원에서 물러나신 만큼 새로운 분이 합류하시면 자문위원은 기존대로 7명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이 한은의 비공개 포럼에 참여한 배경에는 이 총재와 오랜 인연이 자리하고 있다.
김 실장은 현 금융위원회 전신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에서 증권제도과(1998년), 금융정책과(2000년), 은행제도과(2005년) 등 주요 부서를 거쳤다.
두 사람의 공적인 인연은 이명박 정부(2008년 2월~2013년 2월) 때 두드러졌다.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08년에 재경부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를 통합해 현 금융위원회를 설립했다. 당시 이 총재는 금융위 초대 부위원장을, 김 실장은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단장 겸 금융선진화국장을 각각 맡았다. 금융정책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김 실장과 이 총재가 신설 조직인 금융위를 매개로 많은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김 실장은 금융위에서 자본시장국장(2012년), 금융정책국장(2013년), 부위원장(2017년) 등을 거쳤다. 2021년 기획재정부 1차관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가상자산 투자사 해시드의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로 활동하다가 이번에 정책실장으로 공직에 복귀했다.
이 총재는 “경제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만큼 가상자산 투자사에서 근무하는 김 실장과 많은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두 사람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공감대가 향후 정책 방향에 어떤 식으로 반영될 지 주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 사람의 친분이 깊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며 “한은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만큼 두 사람이 관련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은은 원화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신중론을 내세우고 있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은 가치 안정성을 표방하고 있으나 발행인의 신뢰성에 따라 가치가 변동되고 법정화폐와의 일대일 교환이 보장되지 못하는 등 화폐의 단일성(singleness of money)과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고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총재도 최근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와 대담에서 “한국은 미국보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조금 더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생각한다”며 “자본 통제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김 실장은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과 법적·제도적 대응의 필요성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김 실장은 올해 3월 ‘원화스테이블코인 필요성과 법제화 제안’ 리포트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은 미래 화폐로서의 잠재력, 미국 국채의 주요 수요처, 전통 금융권의 새로운 사업 기회, 그리고 준비자산 확장을 위한 보조적 역할 등 다양한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유통과 관련한 법적 규제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식 외환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대규모 달러 매입이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는 국내 금융 시스템과 외환 정책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대한 명확한 법적·제도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