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ㆍ앱 등 적극 활용
실제 주식 보유 인증받아 참여
국내외 펀드ㆍ이 대통령은 지원 사격

한국의 소액 개인 투자자들이 자국 기업들의 낡은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와 앱을 활용해 행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집중 조명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먼저 한국의 아마어 주식 투자자들은 카카오톡 혹은 액트와 같은 주주 전용 앱에 모여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액트의 경우에는 출시 2년 만에 11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이들의 목표는 1조9000억 달러(약 2582조 원) 규모의 한국 증시에 활력을 주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이러한 풀뿌리 주주 행동주의의 물결은 정치인ㆍ규제당국ㆍ외국 투자 펀드들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는 가운데, 한국 상장 기업들이 사방에서 압력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오랜 숙제였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올해 들어 이미 세계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한국 주식시장에 추가적인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더불어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소액 투자자들이 정치 세력으로 떠올랐다고 진단했다. 실제 3일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통령은 주주들의 옹호자를 자처하며, 기업 지배구조 향상, 주가 조작 근절, 코스피지수 5000 달성(현재보다 약 80% 상승)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꾸겠다는 각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코스피는 강세장을 맞이했고, 6일 종가 기준으로 올해 들어 17% 넘게 상승했다. 골드만삭스ㆍ노무라홀딩스 등 주요 금융기관들은 기업 개혁이 의제로 떠오르면서 이 상승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한국의 개인 투자자는 전체 인구의 약 30%에 이른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주식 거래 붐이 일면서 수백만 개의 신규 계좌가 개설됐고, 이로 인해 주식 투자 정보를 얻고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성장했다.
국내 의결권자문사 아주기업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국 기업 주주들은 총 168건의 안건을 제출했으며, 이는 2021년 대비 80%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이중 78건은 경영진을 겨냥한 안건으로, 임원의 임명 혹은 해임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소액 투자자의 움직임은 미국 레딧의 주식 토론방인 월스트리트벳 포럼에서 익명의 사용자들이 힘을 합쳐 게임스톱을 비롯한 여러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린 밈 주식 열풍과 다르다”면서 “한국의 ‘액트’나 ‘헤이홀더’ 같은 플랫폼은 그룹에 참여하기 전에 실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인증하도록 요구한다. 즉 논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실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고 설명했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블룸버그에 “자사 플랫폼 사용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기업의 팬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팬들은 기업에 대한 애정으로 주주 행동주의에 참여하는데, 마치 부모가 애정으로 훈육하는 것처럼 말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강력한 동맹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가령 얼라인파트너스캐피털매니지먼트와 같은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이 점차 성장하며 아마추어 투자자들의 전략에 전문성을 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외국계 펀드들도 한국 시장이 전환점에 있다고 보고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마냥 낙관하기에는 과제가 적지 않다. 한국의 주식시장은 기업의 투자 방식에 대한 불신,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관계 불일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행동주의 펀드 오아시스매니지먼트의 창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 세스 피셔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 결과가 한국에서 훨씬 더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낙관한다”면서도 “한국의 기업 구조 개혁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