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빠른 전환, HBM 노리나
삼성·SK와 세대 겹치며 경쟁 불가피
높은 수율·기술력으로 격차 벌려야

중국의 D램 제조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내년까지 더블데이트레이트(DDR4)의 단계적 생산 중단 결정을 내렸다. 그간 제품 공급 과잉으로 시장 가격을 흔들어온 CXMT의 갑작스러운 전략 변경에 시장의 해석은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고부가 제품으로 빠르게 전환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한다. 수익성과 기술 전략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CXMT는 오는 3분기부터 고객사에 DDR4 생산 중단을 통지할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 내 생산은 완전히 종료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신 DDR5와 모바일용 LPDDR 제품 생산 비중을 올해 말까지 전체의 60%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CXMT가 발열과 수율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서 DDR5 기술 고도화에 힘을 쏟고 있다”고 분석했다.
CXMT의 행보는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전략적 전환이라는 평가다. CXMT는 HBM3(4세대) 개발을 병행하며 고성능 제품군으로 포지션을 바꾸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만큼 시장 점유율 확보보다는 수익성과 기술력을 동시에 고려한 재편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CXMT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DDR4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글로벌 공급 과잉을 초래했다. 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글로벌 3강이 구형 제품 비중을 줄이고 DDR5 전환을 서두르게 만든 주요 요인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이 메모리 반도체 산업 구조의 변화를 반영한다고 지적한다. 이종욱 삼성증권 팀장은 “CXMT의 (DDR5) 진입과 삼성전자의 DDR4 탈출은 원가와 승자는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원가는 이익을 보장하지 않고 더 이상 원가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더 이상 ‘원가 절감→점유율 확대’ 모델이 유효하지 않으며, 기술력이 없으면 점유율도 무의미한 시대라는 의미로 읽힌다.

CXMT의 조기 DDR5 진입은 기술적 리스크를 내포하는 동시에 다른 D램 제조사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발열과 수율 문제로 일부 샘플은 주요 테스트에서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반도체 업계의 관계자는 “CXMT는 수익률보다는 시장점유율을 올리는 데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물량을 늘리는 데에 집중할 것이고 중국 중앙정부의 든든한 지원으로 손실 걱정 없이 제품을 찍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도 여전히 한국산 DDR5 제품에 대한 선호가 유지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기존 선두 기업들이 고수율·고품질 기술력을 바탕으로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