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해외시장서 비교적 선방
미국 내에서 가격 인상 저울질
노조, 임금·성과급 인상 요구

현대자동차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25% 수입차 관세 부과와 내수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내우외환’ 위기에 직면했다. 글로벌 수요 둔화 속에 미국 현지 재고로 버텨온 전략도 한계에 다다르면서 미국 내 차량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내에서는 노동조합의 강경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요구가 더해지며 경영 부담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35만1174대를 판매했다. 내수는 5.2%(5만8966대) 줄었고, 해외 판매도 0.9%(29만2208대) 감소했다. 기아는 같은 기간 글로벌 판매가 1.7%(26만9148대) 늘었지만, 내수는 2.4%(4만5003대) 줄며 하향세를 피하지 못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국내 경기 불황으로 인한 자동차 소비 감소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의 여파로 내수 시장 판매량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달 27~30일 울산 1공장 12라인 가동을 멈추고 아이오닉 5, 코나 일렉트릭(EV) 등 주력 전기차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올해만 세 번째 휴업이다. EV 수요가 일시적으로 주춤한 ‘전기차 캐즘(Chasm)’이 현실화되며 내수 전기차 판매 부진한 영향이다.
해외 판매량도 위협에 봉착했다. 현재까지는 현지 생산 물량 증대와 재고 물량 투입 등 방어 작전을 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아졌다. 현대차그룹은 4월 기준 미국 내에서 역대 최대 판매량을 올렸지만, 앞으로 미국 내 판매량도 본격적으로 줄어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실제 내수 위축과 함께 미국 수출 감소 폭은 더욱 가파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자동차 수출은 4.4% 줄어든 62억 달러였고, 이 중 미국 수출은 32.0% 급감한 18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그간 현대차는 미국 내 재고를 활용해 관세 충격을 일부 흡수해왔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랐다. 블룸버그통신은 현대차가 6월부터 전 차종 권장소비자가격(MSRP)을 평균 1%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달 2일까지 차량 가격을 동결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으로 비우호적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 볼륨을 유지하는 한편 차세대 모델을 투입해 판매 확대의 모멘텀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부 악재 속 현대차그룹은 노조와의 갈등까지 겪을 처지에 놓였다. 최근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하며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상여금 900%와 최장 64세 정년 연장 등을 요구했다. 특히 노조의 요구안에는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점이 주요 근거로 작용했다.
현대차 노사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파업 없이 단체교섭을 타결했지만 올해는 노사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대차가 내수 침체와 관세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노조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비용 부담 가중은 불가피해진다. 노조의 요구안이 그룹 전체 계열사 임단협의 기준이 된다는 점도 난관이다. 노사는 이달 중순 상견례를 열고 본격적인 교섭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아 노조는 아직 공식 요구안을 내지 않았지만, 현대차와 유사한 수준의 요구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전기차 캐즘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노조와의 임단협으로 인한 갈등도 더해져 큰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