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무엇을 연구해야 할까요?”
“대규모 언어모델(LLM)은 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싱가포르 국제공항과 인접한 대형 회의장 엑스포(EXPO) 메타 전시부스에는 인공지능(AI) 국제학회가 열린 4월 말 5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예고 없이 들른 수석 AI 과학자 얀 루칸을 보기 위해서다. 그는 범용 인공지능(AGI)으로 불리는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진 AI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다. 젊은 엔지니어들이 선망하는 존재다. 프랑스 국립 연구기관에 근무하는 한 남성의 물음에 LLM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일 앞으로 2년 안에 범용인공지능(AGI)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며 이는 인류의 마지막 대발명품이 되고 이후로는 AGI가 인간 대신 발명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LLM은 미국 오픈AI가 2022년 공개한 챗GPT 등 많은 생성형 AI의 기반이 된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은 AGI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로 보고 LLM의 대형화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다만 루칸의 생각은 다르다. 대량의 텍스트에서 단어의 연쇄 패턴을 학습해 단어를 예측하는 대규모 언어모델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봤다. 인터넷에 있는 모든 텍스트를 학습해도 공간 인식 능력은 4살짜리 아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루칸이 목표로 하는 것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깨달을 수 있는 지능이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유아처럼 스스로 세상을 관찰하고 학습하는 완전히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속된 메타에서 연구팀을 꾸려 물리 현상을 이해하는 AI 개발에 착수했다.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을 범용기술(GPT)라 부른다. 약 1만 년 전 식물 재배부터 철, 내연기관, 인터넷 등 총 24개에 달한다. 25번째 GPT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AGI다. 그러나 일단 탄생하면 그것이 인류가 만들어내는 마지막 GPT가 될 수도 있다. 그 이후의 GPT는 인류가 아닌 AGI가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4월 다니엘 코코타일로 오픈AI 전 연구원 등이 발표한 미래 예측 ‘AI 2027’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AGI를 모델로 한 가상의 미국 기업 오픈브레인을 미래로 AGI로 인해 문명이 변화하는 모습을 그렸다. 예측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오픈브레인은 2027년 7월 AGI 달성을 선언한다. 고도의 프로그래밍 능력을 갖춘 AGI는 자신을 스스로 개선하기 시작한다. 사내 개발팀은 성능 진화를 옆에서 지켜볼 뿐이다. 2027년 후반에는 인간의 지능을 훨씬 더 뛰어넘는 인공초지능(ASI)에 도달한다
코코타일로의 담론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챗GPT가 등장하기 전인 2021년 현재의 생성형 AI 붐을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이다. 인간을 뛰어넘는 AI의 출현에 대해서는 “전보다 더 강하게 확신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기술 기업들은 노동력 부족, 식량난, 기후변화 등 모든 사회 문제를 해결할 초지능을 손에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조사기관 딜로이트그룹에 따르면 AI의 계산 기반이 되는 데이터센터 투자액은 2028년 전 세계에서 연간 1조 달러(약 1374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궁극적인 승자 독식 원리가 전 세계 국가와 기업을 전례 없는 투자 전쟁으로 몰아넣고 있다.
다만 개발 속도와 이익을 우선시하다 보면 AI의 안전 대책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 등은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초지능의 폭주와 악용을 막기 위해 국제적인 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