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길어지는 업황…경쟁사도 주가 바닥
당분간 무기한 연기

HD현대오일뱅크가 악화된 업황에 기업공개(IPO) 재추진 대신 숨고르기에 들어간다. HD현대그룹에서 현대오일뱅크는 HD현대로보틱스와 함께 상장 예비후보로 꼽힌다. 조만간 IPO에 다시 나설 것이라는 증권가 관측과 상반된다.
3일 업계 관계자는 “시장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데 현대오일뱅크가 지금 IPO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과거 세 차례나 IPO에 도전했지만 완주하지 못했다. 처음 IPO에 도전한 2012년에는 유럽발 재정 위기로 증시가 얼어붙으면서 코스피지수가 급락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개월 만에 IPO 추진을 철회했다. 2018년에 재도전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6년~2017년 양호한 정제마진으로 황금기였던 2011년 수준으로 이익 규모를 회복했다. 그러나 2018년 12월에 미중무역 분쟁 장기화와 공급 과잉으로 유가가 급락하면서 대규모 평가손실을 입는 등 악재가 닥쳤다. 결국 상장 일정 연기를 공시하고 그다음 해 재무건전성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사우디 아람코사에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일부 매각했다. 2022년에 세번째로 IPO를 추진했으나, 상장 승인을 받은 후 HD현대 주가가 추락하는 등 시장 상황이 좋아지지 않자 상장을 철회했다.
특히 에쓰오일(S-OIL) 상황이 좋지 않은 것도 현대오일뱅크가 IPO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데에 한몫을 한다. 에쓰오일은 국내 정유 4사 중 유일한 상장사다. 현대오일뱅크와는 비교그룹(피어 그룹)으로 분류된다. 에쓰오일은 최근 정유 업종 사이클, 유가, 경기 등 요인으로 주가가 5년 내 최저 수준까지 하락하는 등 정유업계 불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에쓰오일 주가는 2022년 6월 12만3000원으로 한때 정점을 찍었으나 지난달 23일 5만 원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국내 정유업계는 중국의 제품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으로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미국과 석유수출기구(OPEC)의 증산 계획에 국제 유가가 지속 하락하며 업황 전망에 불확실성이 더해졌다.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는 1분기 부실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 부문은 영업이익이 363억 원으로 전 분기(3061억 원)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에쓰오일은 21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영업이익 311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감소한 수치다.
박주선 대한석유협회 회장은 “2007년부터 지금껏 18년간 정유 부문 평균 영업이익률은 1.6%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최근 6년간은 순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며 “석유수출국기구(OPEC)+(OPEC 플러스·OPEC과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의 생산 증대 속 공급과잉 우려는 커지는 한편 경기 침체로 수요는 줄어들면서 정유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2분기 반등도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는 트럼프 관세 우려 및 OPEC+ 증산 가속화로 유가 하락이 재고 관련 손익에 반영되며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