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바일게임의 본산으로 불리는 넷마블은 넥슨·엔씨소프트와 함께 3N으로 묶이며 국내 게임업계에서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특히 2013년 '모두의 마블', '몬스터길들이기', 2014년 '세븐나이츠', 2015년엔 '레이븐' 등이 연달아 성공하며 최전성기를 달렸어요.
이 중에서도 턴제 RPG ‘세븐나이츠’는 ‘모두의마블’과 함께 넷마블의 전성기를 대표했던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죠. 대표 IP(지식재산권)인 만큼 넷마블이 재도약을 위한 구원 투수 역할로 이를 이용한 게임을 다시 한번 만드는 것은 어찌 보면 예견된 수순이었죠.
‘세븐나이츠 리버스’는 원작 세븐나이츠의 특징들을 대부분 살려내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초반 흥행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데요. 과연 이 게임이 10년 넘게 서비스한 원작 게임처럼 장기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사실 넷마블은 기존에도 세븐나이츠 IP를 토대로 세븐나이츠 2,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등의 게임들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다만 원작과는 다른 장르로 만들며 기존 원작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어요.
넷마블은 세븐나이츠 IP를 활용한 타 게임들의 부진이 원작의 게임성과 유사한 점이 없다시피 하다는 점으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세븐나이츠 리버스는 원작의 장르와 똑같은 턴제 RPG로 내놓는 것은 물론 원작의 게임성을 대부분 유지하는 선택을 했죠. 원작을 했던 게이머라면 공략을 볼 필요도 없이 그냥 자신이 했었던 기억만 더듬어도 게임에 쉽게 적응할 수 있어요.
원작의 구조를 거의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그래픽, 스킬 연출, 캐릭터 모델링 등은 더 세련되게 일신하고 시스템 편의성은 더 높였습니다. 스테이지 자동진행, 스킬 예약 시스템, 배속 모드 등 모바일 게임 특화 기능들도 있죠.
원작에서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됐던 스토리 내 일부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들의 수정이 이뤄졌고 캐릭터 서사를 더 설득력 있고 몰입감 있게 풀어낸 점도 호평 요소에요.

원작 세븐나이츠의 육성 방식은 이른바 ‘쫄작’이라고 불리는 무한 뺑뺑이입니다. 모험 콘텐츠를 반복 클리어해 영웅을 성장시키면 유료 재화를 얻을 수 있고, 획득한 재화로 영웅 뽑기를 하거나 자원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성장하는 거죠. 세븐나이츠 리버스는 이 시스템을 큰 변화 없이 그대로 계승했어요.
문제는 이러한 노가다식 성장 방식을 기존 팬층이 아닌 2025년의 신규 게이머들이 좋아할 것이냐는 것입니다. 세븐나이츠가 처음 출시됐던 2014년 즈음에는 무한 반복 노가다 식의 턴제 RPG들의 성적과 평가가 괜찮았어요.
하지만 현재 출시되는 신규 모바일 RPG 중에서 이런 무한 반복 시스템이 있는 게임은 없다시피 합니다. 이미 10년 전 늦어도 몇 년 전에 이 시스템은 게이머들에게 평가가 끝난 상황이에요.
원작을 오래 했던 게이머들을 제외하면 반복 구조의 피로감,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돌리기 위한 캐릭터 육성에 필요한 진입 장벽 등에 재미를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커요. 원작이 서비스 종료된 2024년까지 유입되지 않았던 신규 유저들이 1년 뒤 시스템의 큰 변화 없이 그래픽, 연출 효과 등만 일신한 리메이크 게임에 장기간 빠질 것이란 기대는 하기 어렵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세븐나이츠 리버스의 핵심 요소는 ‘쫄작’이에요. 그런데 이 핵심 요소를 불편함이 없으면서도 남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월정액으로 파는 비즈니스모델(BM)을 반강제적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습니다.
월정액 없이 게임을 즐기면 자동사냥 횟수에 제한이 있고, 효율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도록 해 현금구매를 유도했어요. 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월정액제 상품만 3개를 구매해야 합니다. 반복 노가다도 힘든데 이마저도 효율적으로 하려면 돈까지 써야 하는 거죠.
넷마블에서는 유저 피드백을 반영해 콘텐츠 개선에 나설 예정입니다. 경험치 수급, 쫄작 콘텐츠에 필요한 열쇠 수급 개선, 재화 수급 밸런스 조정 등을 예고했죠. 넷마블이 자사의 대표 IP로 새롭게 리메이크한 이 게임이 장기 흥행과 신규 유저 유입에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