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重 함정에 고망간강 공급
현대제철과 美 제철소 공동 투자
‘고부가 전략’으로 철강업계 회복 기대

중국발(發) 저가 철강 공세에 국내 철강업계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가 ‘철강 동맹’을 앞세운 생존형 고부가가치 전략으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 단순 원가 경쟁이 아닌 소재 기술력과 산업 연계를 기반으로 한 산업 간 협업 생태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이다.
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HD현대중공업과 미래 첨단 함정 신소재 개발 및 실선 적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MOU에 따라 포스코는 독자 개발한 고망간강을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하는 함정 선체 자재로 공급할 예정이다. 고망간강은 망간 함유량을 3~27%까지 높인 차세대 소재다. 조선 분야에서는 LNG 연료탱크용으로만 사용했었는데, 두 회사의 협력으로 용도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같은 행보는 최근 포스코가 급격히 추진 중인 ‘포스트 저가 경쟁’ 전략의 일환이다. 단가 중심의 철강 거래에서 벗어나 고부가 철강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방산·에너지 산업의 핵심 파트너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포스코가 전략 방향을 틀게 된 배경에는 중국발 저가 공세가 있다. 2023년 말부터 이어진 중국 철강업계의 재고 밀어내기와 원가 인하 경쟁은 국내 철강사의 수익성을 급격히 악화시켰다. 특히 냉연·열연 등 범용 제품 가격이 중국산에 밀리며 국내 철강업체들의 생산 조절과 출하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도 변수다. 단순 단가 경쟁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포스코는 고급 자동차강판·고망간강·극저탄소 강재 등 프리미엄 철강 제품군 중심의 전략적 리포지셔닝을 택했다.
그 중심에는 ‘동맹 전략’이 있다. 포스코는 현대제철과 함께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총 8조 원을 들여 고부가 자동차 강판 제철소를 짓는 공동 투자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현대자동차·기아의 북미 공장에 안정적으로 고급 강판을 공급하고, 동시에 GM·포드 등 북미 완성차 업체들과의 거래 기반 확보도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해당 제철소를 통해 향후 북미 완성차 기업 등 새로운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포스코의 수출 지역별 비중은 동남아(21%), 유럽(17%), 일본(15%) 등 순이다.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중미 지역은 그 뒤를 이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방산(HD현대중공업), 자동차(현대제철), 에너지(수소환원제철 연계) 등 산업별 강자들과의 수직적 동맹을 통해 포스코는 소재 기업에서 산업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목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관세 정책 등 불확실성 속에서 철강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있어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며 “포스코는 경쟁사와의 협업이나 공동 투자도 마다치 않을 만큼 범국가적 차원의 절박한 대응을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전략 전환은 실적 지표에서도 선행 신호를 나타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포스코의 공장 가동률은 88.1%였다. 국내 철강 3사 중 유일하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각각 8%, 12% 넘게 하락했다. 이는 고부가 제품의 안정적 수요가 실적 하방을 방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포스코의 전략은 단순한 ‘제품 차별화’가 아니라, 산업 구조 속에서 철강소재의 위상을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며 “중국발 가격 공세,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탄소 규제라는 삼중고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구조적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