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개발ㆍ양산⋯개인화 기기 적극 탑재

SK하이닉스가 내년 1분기 LPDDR6 기반 프로세싱인메모리(PIM) 국제 표준화 완료 시점에 맞춰 본격적인 제품 개발 준비에 나선다.
PIM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이을 차세대 인공지능(AI) 메모리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LPDDR6-PIM을 데이터센터부터 스마트폰 등 온디바이스 AI 기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HBM 이후 차세대 AI 메모리 주도권 선점을 노리겠다는 목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임의철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전날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카이스트 AI반도체 최고경영자과정 워크숍에서 ‘AI 시대의 메모리 기반 반도체 솔루션’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이러한 계획을 밝혔다. SK하이닉스가 LPDDR6-PIM 표준화 작업의 구체적인 완료 일정을 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PIM 시장 선점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LPDDR6-PIM은 LPDDR6 메모리에 연산 기능을 탑재한 PIM 솔루션이다. PIM이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이 담당하던 연산 기능을 메모리로 일부 옮겨와 데이터 처리 효율을 높인 구조를 말한다. 기존 구조에서는 연산을 담당하는 프로세서와 데이터 저장을 담당하는 메모리가 각각 분리돼 있어, 연산을 위해서 데이터가 메모리와 프로세서를 오가는 작업이 반복됐다. PIM에서는 이러한 비효율적인 과정 없이 메모리에서 연산까지 가능해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소모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임 부사장은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왔다 갔다 하는 에너지는 하나의 칩 안에서 처리하는 에너지의 백 배, 천 배, 만 배 혹은 그 이상 소모된다”며 “PIM 구조에서는 이러한 데이터 이동량과 에너지가 크게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반도체 기업들은 본격적인 LPDDR6-PIM 상용화를 위해 규격을 통일하는 국제반도체표준협의회(JEDEC)의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간에는 글로벌 기술 표준이 없어 각 사 자체 기준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상용화가 어려웠다. AMD, 퀄컴 등이 이번 표준화 작업을 주도적으로 시작했으며,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메모리 기업뿐만 아니라 케이던스와 시놉시스 등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들도 협력 중이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PIM이 내장된 메모리와 이를 제어하는 컨트롤러 간 명령어 체계를 새로 마련하고 있다. 기존 메모리는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고 꺼내는 역할만 했기 때문에 컨트롤러도 ‘읽기’, ‘쓰기’와 같은 단순한 명령만 내렸다. PIM 메모리에서는 연산 기능이 추가됐기 때문에 ‘이 데이터로 연산해’와 같은 더 복잡한 명령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연산 명령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명령어 체계를 표준으로 정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스마트폰, AI PC, 서버 등 응용처별로 최적의 동작 방식과 성능 기준도 제정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1분기 업계 표준화 작업 마무리 시점 이후 제품 개발에 대한 검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이미 2022년에 그래픽(G)DDR6 기반의 PIM 솔루션인 ‘AiM’과 이를 활용한 가속기 ‘AiMX’를 개발해 관련 기술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어서, LPDDR6-PIM의 개발과 양산에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LPDDR6-PIM은 데이터센터부터 개인화 기기까지 폭넓게 적용된다. 특히 스마트폰에 적극적으로 탑재될 전망이다. 배터리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임과 동시에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서다.
임 부사장은 “PIM은 메모리 대역폭이나 성능이 훨씬 더 높아서 응답도 빨라진다”며 “여기에 스마트폰 폼팩터 크기를 키우지 않고도 탑재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PIM 등 AI 반도체 시장은 기술 발전과 맞물려 큰 폭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 조사에 따르면 PIM을 포함한 차세대 메모리 시장은 올해 약 89억7000만 달러에서 2030년 319억2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