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중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안전투자, 생산성 높이는 길" [인터뷰]

입력 2025-05-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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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실수가 사망으로 이어져선 안 돼⋯안전투자 미흡으로 사망사고 발생하면 생산성도 손실"

▲김현중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22일 서울 중구 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김현중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22일 서울 중구 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김현중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근로자들이 아무리 주의해도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밖에 없다. 1000번을 잘해도 한 번 실수로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산업재해 예방은 그 한 번의 실수도 없애잔 게 아니다. 1000 빼기 1을 0이 아닌 999로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22일 서울 중구 공단 서울광역본부에서 진행된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여전히 후진국형 재해가 많은데, 사업주들은 안전설비에 투자하는 비용을 생산성과 떼어놓고 생각한다. 사고 예방을 근로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 번의 실수가 사망으로 이어지면 공정이 중단되고, 이는 생산성 손실로 이어진다”며 “안전설비 투자는 사고 피해를 줄이면서 생산성도 높이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2월 취임한 김 이사장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출신이다. 그간 노동계를 대표해 최저임금위원회 등 사회적 논의기구에 참여해왔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재직 시절 작업자 대피로가 없는 철도 교량에서 근로자들이 떨어져 숨지는 사고를 막고자 교량 대피로 설치를 요구했던 것이 코레일 노조 활동으로, 나아가 한국노총 활동으로 이어져 현재에 이르게 됐다. 노총 시절이나 현재나 김 이사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는 ‘역지사지’다. 그는 “노조에 있을 때 사용자의 입장을 많이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접점이 만들어지고 여러 대안이 나왔다”며 “여기서는 반대로 현장 근로자들의 입장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취임 후 ‘안전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굉장히 빨리 산업화를 이룬 국가다. 지금은 정보기술(IT) 강국이며, K-방산, K-조선, K-드라마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류를 확산하고 있다”며 “그런데 안전만 제대로 못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빨리빨리 성과를 내려는 과정에서 안전을 ‘빨리의 장애물’로 인식한다”며 “안전은 천천히 가자는 게 아니다. 안전에 신경을 쓸수록 사고가 덜 난다. 공사든, 제품 생산이든 중단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는 안전할수록 더 빨라진다. 현장에서 이런 인식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요한 건 기본기다. 그는 “눈에 보이는 것도 해결하지 않으면서 뭘 할 수 있겠나. 인공지능(AI), 빅데이터로 아무리 개인기를 부려봐야 기본기가 없으면 소용없다”며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능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사다리 작업 중 근로자가 떨어졌다면 사다리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인력난 때문에 1인 작업을 하는데, 2인 1조 작업만 말하는 건 현실을 모르는 것이고, 기본기가 부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산업현장에서 고령자·외국인이 늘면서 사망사고가 정체돼 있다. 고령자는 신체능력이 떨어지고, 외국인은 우리말이 서툰 게 문제다. 그럼에도 인구·산업구조 변화로 고령자·외국인은 산업현장에서 꼭 필요한 자원이다. 김 이사장은 “작업환경의 조도를 높이거나, 고령자도 쉽게 사용 가능한 작업도구를 활용하거나, 외국인이 일상적으로 쓰이는 우리말을 입국 전 습득하도록 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고, 공단에서 이 부분들을 일부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소기업 간 안전보건 역량 격차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고용노동부와 공단은 ‘중소기업 안전보건 상생협력 사업’을 추진 중인데, 현재 대기업 235개사와 중소기업 3360개사 등 총 3595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이들 사업장의 사고사망 만인율이 전체 사업장의 절반 이하로 상당히 낮다.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현중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22일 서울 중구 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김현중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22일 서울 중구 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한편, 김 이사장은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목표로 ‘K-산업안전보건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그는 “사망사고 감소세가 정체돼 있는데, 여기에서 한 단계 올라서려면 근본적으로 기존과 다른 운영방식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공단 직원들이 집행은 잘했지만, 지도·점검과 기술지원이 현장에 어떻게 반영되고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평가해 환류하는 게 부족했다. 인력 부족의 한계다. 이제는 집행, 평가, 환류로 이어지는 촘촘한 안전망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공단은 100여 명 규모의 전담반(TF)을 운영 중이다. TF는 3개 팀, 10개 분과로 운영된다. 그는 “환류 시스템을 갖춰 현장 지도·지원이 어떻게 반영돼 작동하는지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지도·지원의 실효성을 높이고 우리의 업무 방식도 개선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만 “공단 2000여 명의 기술지원으로 전국 사업장의 안전보건 수준을 확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노·사가 자율적으로 위험요인을 발굴해 개선방안을 마련·시행하도록 모범 사업장에 대해선 재정지원사업 참여 시 가점을 주는 등 인센티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주와 근로자가 위험과 안전을 자유롭고 활발하게 공유하고, 스스로 안전보건 조치를 위해 나서도록 하는 분위기, 그런 안전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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