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캠페인이 한창인 와중에서 국민의힘에서는 당권경쟁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친윤(친윤석열)계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에게 단일화 대가로 당권을 주겠다고 제안했다는 주장이 나온 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반발하고, 친윤계 역시 이를 공개적으로 맞받아치면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중도층 흡수를 위해 부정선거 음모론, 친윤계 구태와 선을 그어야 한다는 한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 “그건 그분의 개인적 의견”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그분 의견에 우리 당 대다수 의원이 동의하는지 확인해보면 알 것”이라며 “지금은 당 내부를 향한 메시지보다는 김 후보를 띄우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집권할 경우 어떤 대한민국이 될지에 좀 더 집중하는 게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한 전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승리하려면 중도층 표를 받아야 한다”며 “장벽이 바로 부정선거 음모론과 친윤 구태다. 이재명 후보 집권을 막기 위해 김문수 후보를 찍으면 ‘친윤 구태 세상’이 될 거라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권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전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는 당 지도부 주도의 후보 교체 시도 이후 줄곧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해왔다.

선거일이 임박했다는 상황을 고려할 때 “당권경쟁이 시작됐다”라는 평가가 국민의힘 안팎의 주된 시선이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비대위원장 부재 시 원내대표가 차기 비대위원장 지명이나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결정한다. 결국 자기 사람 밀어서 당권 공짜로 먹고 싶다는 뜻”이라며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차기 원내대표가 전당대회를 이끌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한 전 대표 측은) 조바심이 날 수 있다”고 봤다.
현재 국민의힘을 이끄는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임기는 6월 30일까지다. 당헌·당규상 권 원내대표의 임기는 1년으로, 올해 12월까지 직을 수행하게 돼 있다. 김 위원장이 물러나면 권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차기 전당대회를 지휘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차기 당대표는 내년 6월에 치러지는 제9회 지방선거 공천권을 가진다. 전국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의 공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당내 기반 다지기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차기 당권이 더욱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준석 후보가 연일 단일화를 거부하지만, 꾸준히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준석 후보는 보수의 뿌리를 바꾸겠다고 할 만큼 국민의힘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사람인데,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 후보의 단일화를 전제해 “차기 국민의힘 당권은 이준석과 한동훈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말도 나왔다.
국민의힘 외곽도 술렁이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다. 국민의힘 경선 패배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홍 전 시장은 전날(25일) “이준석에 대한 투표는 사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표”라고 해 국민의힘을 혼란에 빠뜨렸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SBS 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질 것을 예상해) 국민의힘이 폭파되고 개혁신당과도 리셋되기를 추동하려고 하지 않을까”라면서 대선 이후 보수 진영의 개편을 위해 움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