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상품보다 장기 보장성 유리
5대 생보사 순익 전년대비 선방
적자 확대 등 중소형사 23% 급감

대형사는 버티고 중소형사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보험업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경영 실적만 봐도 대형사는 비교적 선방했지만 중소형사는 충격을 받았다.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고른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대형사의 경쟁력은 강화했지만 중소형사는 작은 변화에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인수합병(M&A) 활성화를 통한 구조조정이나 중소형사만의 특화상품을 개발해 차별화하는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14개사 생명보험사(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신한라이프·NH농협생명·동양생명·미래에셋생명·흥국생명·KDB생명·IBK연금보험·DB생명·iM라이프·하나생명·교보라이프플래닛)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한 1조5340억 원을 기록했다.
규모별로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신한라이프·농협생명 등 5개 대형 생보사의 순이익은 1조371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1% 줄었지만 나머지 중소형사는 1622억 원으로 22.7% 급감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적자 폭이 확대됐고 KDB생명, IBK연금보험, 동양생명 등은 순이익이 거의 반토막 났다.
지난해 기준 실적을 살펴보면 보험업계의 '실적 쏠림'은 더욱 두드러진다. 최근 5년간 대형 생보사의 순이익 비중은 △2020년 54.2% △2021년 54.3% △2022년 56.2% △2023년 62.6% △2024년 65.4%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손해보험업계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5대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의 합산 순이익은 7조41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2% 증가했다. 반면 이들을 제외한 26개 중소형 손보사의 순이익은 1조974억 원에 그치며 전년 대비 39.4%나 줄었다. 대형 손보사의 순이익 비중도 △2021년 75.2% △2022년 75.3% △2023년 78.1% △2024년 87.2%로 확대 추세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러한 실적 격차가 IFRS17 도입 이후 더욱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IFRS17은 보험사의 수익성을 계약서비스마진(CSM) 중심으로 평가하는데 이는 장기 보장성 상품에 유리하다. 오랫동안 보험료를 거둬들일 수 있고 저축성 상품보다 지급할 보험료가 적기 때문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대형사가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형사는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장기 보장성 상품 판매를 확대할 수 있고 사업비 지출 여력도 충분하다. 그러나 중소형사는 저축성 상품이나 소액 단기보험(미니보험) 등에 주력하고 있어 IFRS17 기준에서는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양극화 문제는 순이익을 넘어 자본 건전성, 투자 여력, 상품 경쟁력, 채널 확보력 등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포트폴리오가 다양하고 자금력이 탄탄한 대형사는 소비심리 위축이나 제도 변화에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지만 중소형사는 작은 외부 충격에도 경영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열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소형 회사가 일반적인 사업 모형을 유지한 채 상품 개발, 언더라이팅 등 부문별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근본적으로 차별화된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