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현장에 인공지능(AI) 바람이 거세다. 영상 판독, 질병 진단, 예후 예측, 환자 관리 시스템 등 다양한 영역에 AI가 도입되면서 국민 건강 증진과 의료진 역량 강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박영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건강증진센터장은 최근 일산병원 진료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AI는 의료진의 의사 결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며 “단순 반복 작업은 AI가 담당하고, 의료진은 진료에 집중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센터장은 2010년 일산병원에 합류한 이후 국가건강검진과 종합검진 등의 업무와 함께 호스피스 전문의, 자문형 호스피스 부장 등 다양한 분야를 맡고 있다. 2023년부터는 건강증진센터장을 맡아 AI 기반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일산병원은 국내에서 AI 의료기기 도입에 앞장선 병원 중 하나다. 건강증진센터는 조달청 혁신조달 시범구매사업을 통해 웨이센의 AI 내시경 ‘웨이메드 엔도’를 도입했다. 이 외에도 루닛의 흉부 엑스레이 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 제이엘케이의 뇌 컴퓨터단층촬영(CT) 분석 프로그램 등을 진료에 활용 중이다.
박 센터장은 “도입 초기에는 국내 중소기업 기술이라는 점에서 우려도 있었지만, 조달청 시범구매사업이 의료진과 기술력 있는 기업을 연결해주는 계기가 됐다”며 “보험수가가 없는 상황에서도 정부 사업을 활용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AI 의료기기를 실제 진료에 적용할 때는 시술자 동선이나 영상 지연 여부 등이 주요 고려사항이다. 그는 “내시경 검사 흐름을 방해하거나 영상에 지연이 생기면 곤란하지만, 웨이메드 엔도는 실시간 영상 제공이 가능해 시술에 방해가 없었다”며 “자체 시스템을 사용하는 만큼 정보 보안 우려도 없었다”고 말했다.
AI 내시경은 병변 발견에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 박 센터장은 “조직검사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AI 분석 결과가 결정에 도움이 된다”며 “도입 초기엔 출혈 상황에만 반응했지만, 최근 병변 감지 속도와 민감도가 크게 향상됐다. 숙련된 의사도 실수할 수 있는데, AI가 이를 보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의료 질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영상 판독에서도 효율성은 크게 개선됐다. 박 센터장은 “루닛 인사이트 CXR은 기흉 탐지에 특히 뛰어나다. 엑스레이 촬영 후 수 분 내에 AI 분석이 완료돼 영상 뒤에 자동으로 결과가 첨부된다”며 “예전엔 영상의학과 판독을 기다려야 했지만 지금은 당일 진료에서도 설명이 가능하다. AI가 ‘정상’으로 분류한 영상은 실제로도 대부분 이상이 없어 의료진의 판독 부담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AI 기술은 의료진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진료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라며 “단순 업무는 AI가 맡고, 의료진은 본연의 진료에 집중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끝으로 AI 도입을 고민하는 병원 관계자들에게 박 센터장은 “지금이 도입 적기”라며 “우리가 도입했을 때보다 AI 기술은 훨씬 고도화됐다. 이미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만큼, 더 정교한 기술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진 확보가 어려운 현실에서 AI는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일관된 의료 질을 유지하게 해주는 가치 있는 파트너”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