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후 1~3년 평균 생산 0.05%↑
“글로벌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장벽 강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현지 시장 진출과 관세를 포함한 무역장벽 회피 등을 위한 ‘수평적 해외직접투자(FDI)’가 국내 첨단제조업 생산과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한국의 수평적 해외직접투자가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수직적 해외직접투자는 해외 공장에서 생산 공정을 분업해 역수입 또는 글로벌 공급망에 투입하는 방식이라면, 수평적 해외직접투자는 현지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바로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첨단 제조업이 포함된 고기술 제조업의 경우 수평적 해외직접투자 금액이 1% 증가하면, 투자 이후 1~3년 동안 평균 생산은 0.05%, 수출은 0.16%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해외직접투자 금액 중 수평적 해외직접투자의 비중은 2010년 52.5%에서 2024년 62.8%로 상승했다. 또한 전체 해외직접투자 중 수평적 투자의 비중을 지역별로 보면 최근 5년간 미국으로의 투자 비중이 2020년 63%에서 2024년에는 87.3%로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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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 확대, SK하이닉스의 인공지능(AI) 메모리 관련 투자,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장 설립,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내 투자 확대 발표 등은 수평적 해외직접투자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SGI는 “미국을 중심으로 수평적 해외직접투자가 크게 증가한 것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및 반도체법 등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자국으로의 기업이전을 적극 유도하고 있어 이러한 추세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수평적 해외직접투자가 국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투자 후 2~3년이 지난 시점에서 유의미한 긍정적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과 자동차, 화학 등이 포함된 고기술 제조업의 경우 해외 투자 금액이 1% 증가하면 국내 생산도 1년 후 0.04%, 2년 후 0.06%, 3년 후에는 0.05%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SGI는 “기술집약적 제조업의 경우 수평적 해외직접투자가 늘어나면 지역과 무관하게 국내생산도 늘어나는 보완적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며 “해외에 생산기지를 확보하더라도 국내에서 연구개발(R&D) 및 기술지원이 유지되면서 해외 기업의 협력투자가 이루어지는 양방향 투자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평적 해외직접투자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투자 후 1~3년에 걸쳐 평균 각각 0.16%, 0.11%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수평적 해외직접투자가 현지 시장 대응을 넘어 국내 본사의 수출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수평적 해외직접투자가 국내고용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가희 SGI 연구위원은 “수평적 해외직접투자가 제조업 생산 기반이 약화되는 산업 공동화(deindustrialization)를 초래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국내 생산과 수출활동을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SGI는 정부 차원의 수평적 해외직접투자와 관련한 정책 대응 방향도 제시했다. 전기장비, 전자부품, 자동차, 화학 등 고기술 제조업 분야는 해외 생산거점을 확보할 때 국내 생산이 탄력을 받는 만큼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확대, 핵심 기술 내재화 지원, 해외 생산과 연계된 인센티브 도입 등을 통해 국내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해외진출을 병행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