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에 출하 중단 잇따라
양국 합의했지만 90일 뒤 갈등 재점화 우려
“中, 2년간 대미 수출 30%·GDP 0.9%↓ 위험”

2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중국 해관총서(세관격)가 전날 발표한 4월 무역통계 상세 보고를 토대로 가전제품과 잡화 등 15개 품목의 대미 수출액 추이를 살펴봤다. 이들 품목을 특별히 선정한 것은 해당 상품에 있어서 미국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가 80~90%에 달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중국 추가 관세를 145%까지 끌어올리면서 양국 기업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출하 중단이 잇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의 4월 대미 수출도 전체적으로 21% 급감했다. 품목별로는 스마트폰과 다리미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70%, 55%나 줄었다. 게임기와 PC 모니터 수출도 같은 기간 45%, 40% 각각 감소했다. 토스터와 믹서, 숯불구이 그릴의 수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7%, 44%, 38% 줄었다. 보온병(-40%), 정원용 파라솔(-31%), 빗(-29%), 손전등(-21%), 가위(-24%), 우산(-20%), 알람시계(-18%) 등 각종 잡화 수출도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스마트폰과 게임기의 경우 전달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일본 이토추종합연구소의 다마이 요시노 수석연구원은 “스마트폰은 미국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관세 경쟁이 어디까지 격화할지 불확실해 미국으로의 출하를 철회하는 움직임이 확산했다”고 분석했다.
4월 대미 수출이 34%나 급감한 불꽃놀이용 폭죽도 미국의 중국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는다. 중국 폭죽 제조업체가 밀집한 후난성 류양시에서 수출용 폭죽 공장을 운영하는 천웨이는 “이달 초 7월 미국 독립기념일용 폭죽 50만 위안(약 9600만 원) 분량을 선적하지 못했다”고 한탄했다. 이는 지난해 말까지 미국 거래처에서 수주한 양의 절반에 해당한다. 추가 관세를 자사와 거래처 중 어느 쪽이 부담할지 합의하지 못하면서 선적이 지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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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은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관세 회담을 진행하고 90일 동안 서로 상대국에 부과한 관세를 크게 낮추기로 했다. 다만 관세율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전 수준을 웃돈다. 중국 카이위안증권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할 때 여전히 30~60%의 관세가 부과된다. 또 양국의 협의가 불발로 끝나 관세 경쟁이 재점화할 우려도 있다.
BNP파리바의 뤼청 아시아·태평양 지역 리서치 담당자는 “현재 중국 기업들이 보유한 재고를 최대한 미국으로 수출하려는 배경에는 90일 유예기간 이후를 염두에 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무역 실무에 정통한 홍콩의 티파니 청 변호사는 “중국 기업들은 (90일 뒤) 다시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것을 우려해 미국 수출의 신규 개척에 소극적”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계속 부진하면 미국은 일용품과 잡화의 품귀 현상이나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 특히 미국의 크리스마스 특수를 겨냥한 중국발 발주는 5~7월에 절정을 맞는다.
중국 경제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다마이 연구원은 “4~5월의 고관세 영향에 대해 추가 관세가 30% 수준에서 계속 유지된다면 내년까지 2년간 대미 수출이 30% 줄고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약 0.9%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