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회복엔 긍정적이나
단기 급락으로 재고손실 커져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리튬 가격이 급락하면서 배터리 업계의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원가 하락은 전기차 가격 인하로 이어져 수요 회복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낙폭이 지나치게 클 경우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중국산 탄산리튬 가격은 ㎏당 60.50위안으로, 2021년 1월 이후 4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11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581.50위안) 대비 약 90% 하락한 수치다. 고성능 배터리에 사용되는 수산화리튬 가격도 같은 기간 평균 70달러에서 8.71달러로 폭락했다.
리튬은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광물로, 셀 원가의 1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가격이 안정될 경우 생산비 절감 효과와 함께 배터리 및 전기차 가격 하락을 유도, 수요 자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리튬 가격이 단기간에 급락하면서 배터리 업체들은 ‘역마진’ 우려에 직면했다.
배터리 기업은 보통 광물 가격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고객사와 판가 계약을 맺는다. 이 때문에 리튬 고점 시점에 원재료를 매입하고, 납품 시점에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팔게 되면 손실을 피할 수 없다. 환율이나 공급 시기 변동을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가격만 반영할 경우, 계약 금액이 수천억~1조 원 이상 줄어드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AI 추천 뉴스
업계는 그간 리튬 등 메탈 가격이 충분히 조정을 받은 만큼 올해는 하향 안정세를 기대했으나, 2분기 들어서만 탄산리튬 가격은 16.1% 더 하락하며 예상을 빗나갔다.
리튬 가격 하락의 근본 배경에는 공급 과잉이 자리잡고 있다. 2~3년 전 전기차 시장의 고성장을 고려해 추진된 신규 광산 프로젝트들이 본격 가동되며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다.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은 올해 리튬 공급 초과분이 8만3000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CATL의 장시성 광산 가동 재개, 아르헨티나·칠레의 신규 생산 증가도 가격 하방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다.
다만 리튬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채산성이 낮은 생산자들이 감산에 나서면서 공급 축소 → 가격 반등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글로벌 리튬 생산능력의 약 40%가 손익분기점 수준 이하로 평가되며, 이 중 3분의 1은 이미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전기차 수요가 일부 지역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북미·유럽 등지에서 견조한 수요가 이어지며 양극재 주문이 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리튬 가격 반등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전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자 중심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전방 수요 역시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며 “하반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 충격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