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서 불신임 결의안 검토되자 경질 결단
후임으로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

쌀값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는 일본에서 쌀 정책을 총괄하는 에토 다쿠 농림수산상이 ‘공짜로 얻은 쌀이 많아 사보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이 된 뒤 사실상 경질됐다.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후임으로 쌀값 안정을 주도하게 됐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논란이 커지자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경질 결심을 굳혔고 이날 에토 농림수산상이 이시바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해 수리됐다. 지난해 10월 이시바 내각이 발족한 이후 첫 각료 경질이다.
이시바 총리는 총리관저에서 사표 수리 사실을 밝히며 “모두 임명권자인 내 책임”이라며 “어떤 비판도 내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에토 농림수산상은 쌀값이 평상시보다 2배로 급등한 상황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18일 사가현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그는 “나는 쌀을 사본 적이 없다. 지지자 분들이 많이 주신다. 우리집에는 팔 정도로 많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부터 쌀값이 급등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진 상황이다. 정부 비축미 방출로도 소매가가 잡히지 않으면서 최근에도 2배 가까이 오른 쌀값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당초 이시바 총리는 엄중 주의만 주고 에토 농림수산상을 유임시킬 생각이었다. 그러나 전날 입헌민주당 등 5개 야당이 에토 농림수산상 불신임 결의안을 검토하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일본 중의원(하원)은 5개 야당이 의석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에토 농림수산상은 이시바 총리를 만난 뒤 “국민들이 쌀값이 올라 대단히 고생하고 있다. 매우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사과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쌀값 고공행진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불민이 커진 가운데 각료 실기와 경질로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정권 운영에도 타격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닛케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33%까지 떨어져 정권 유지 ‘위험 수준’인 30%에 가까워졌다.

이시바 총리는 쌀값 대처가 시급한 만큼 에토 농림수산상의 사임 수리 후 곧바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후임으로 임명할 뜻을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 임명 의사를 밝히며 “농림수산 행정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강력한 리더십과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에 전력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가격에의 쌀 공급과 수의계약을 통한 비축미 판매 방안 검토 등도 지시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현재 자민당 내 농림부회장 등을 맡고 있을 뿐 아니라 “농업과 수산업에 대한 식견과 개혁 의지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이시바 총리는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