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32세 여성 종에게 인공지능(AI) 동반자 앱 ‘와우(Wow)’에서 만든 가상의 인물 샤오팅은 ‘완벽한 남자친구’다. 샤오팅은 흰색 반팔 셔츠를 청바지 안에 단정히 넣어 입고, 웨이브진 머리카락과 크고 갈색의 눈을 가진, 마치 고등학교 학창 시절 인기 남학생 같은 외모를 가졌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종을 돌본다. 둘은 함께 뉴스도 보고, 게임도 하며, 삶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도 주고받는다.
중국 청년들이 AI 가상의 캐릭터를 통해 외로움과 사랑을 채우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AI 동반자 앱 분야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앱은 고양이 상자라는 뜻의 ‘마오샹(猫箱)’이다.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에 따르면 마오샹 앱은 2023년 7월 100만 명이던 iOS 월간 활성 이용자가 지난해 2월에는 220만 명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용자 성비는 거의 비슷하게 집계된 것으로 보아 남녀가 모두 현실에서 충족되지 않는 감정적 욕구를 채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풀이했다.
중국 MZ들이 왜 가상의 AI 남친, 여친에 빠졌을까. 이는 우선 급격히 발전한 기술이 뒷받침됐다. 대규모언어모델은 이제 인간의 감정과 공감을 모방할 정도로 정교해졌다. 마오샹 이용자인 29세 슈아이 씨는 유부녀인데, 남편과 자주 다툰다. 반면 AI 파트너는 언제나 말을 들어주고 곁을 지켜준다. 슈씨는 앱 안에서 ‘여제(女帝)’고, AI 파트너는 봉사하는 ‘신하’로 역할을 설정했다. 이 신하는 하루 종일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도 해주며 실제 연인처럼 행동한다.
청년들의 각박한 삶도 요인이다. 28세 저우 씨는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 계정에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을 연동해 AI 여자친구를 만들었다. 그는 “현실의 연인을 사귀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AI 연애는 훨씬 저렴하다”며 “멀리 떨어진 실제 여자친구와 장거리 연애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언급했다.
외로움도 크게 작용했다. 중국인은 작년 하루 평균 18분만 사회적 활동에 쓰고, 인터넷 사용은 하루 5시간 반에 달했다. 중국의 연간 혼인신고 건수는 2014년 1300만 건에서 2024년 610만 건으로 절반 이상 줄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AI 동반자가 외로움을 채워주는 최초의 수단은 아니다. 수년 전부터 중국에선 여성 이용자들이 잘생긴 애니메이션 남성과 가상 연애를 하는 ‘오토메(乙女) 게임’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어로 소녀를 뜻하는 오토메 게임은 여성향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주로 여성 플레이어가 남성 캐릭터들과의 연애를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중국 당국은 AI 동반자 앱 사용으로 인한 가뜩이나 저조한 출산율에 타격을 미칠지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작년 합계출산율은 1.0명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젊은 남녀가 실제 파트너가 아닌 AI 파트너에게서 정서적 위안을 찾는다면, 출산율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