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에 농식품부, 수입 중단 조치…육가공·프랜차이즈 업계 타격 우려

한국 정부가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치킨 너겟과 닭가슴살 스테이크 등 냉동닭과 관련된 식재료 가격이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에 수입되는 냉동닭 10마리 중 9마리를 차지하는 브라질산 수입이 전면 중단된 만큼 생산단가 상승이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수급 상황을 확인하고 공급 확대 방안 등을 통해 대응할 방침이다.
18일 정부와 축산업계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브라질 농축식품공급부가 종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발생을 확인하고 세계동물보건기구에 보고함에 따라 전일 브라질산 종란, 식용란, 초생추(병아리), 가금육 및 가금생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수입 금지 조치는 15일 선적분부터 적용한다. 농식품부는 수입 금지일 전 14일 이내(5월 1일 이후)에 선적돼 국내에 도착하는 물량은 고병원성 AI 검사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다.
브라질에서 고병원성 AI는 지난 2023년 5월 15일 야생조류에서 최초로 보고됐으며 사육 가금농장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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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브라질이 세계 최대 가금류 수출국이라는 점이다. 한국 역시 지난해 전체 닭고기 수입량 5만1147톤 중 88%에 달하는 4만5211톤의 닭고기를 브라질에서 수입했다. 국내 수입되는 닭고기 10마리 중 9마리는 브라질산이라는 의미다.
브라질산 닭고기는 주로 부산항, 인천항 등을 통해 입항하며, 검역 후 냉동창고에 보관됐다가 급식업체, 가공공장, 치킨 프랜차이즈, 편의점 등에 공급된다. 특히 닭가슴살 스테이크, 냉동 치킨너겟 등 가공식품의 원재료로 널리 활용된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는 뼈가 있는 치킨의 경우 국내산을 쓰지만 다리 살로만 구성된 순살치킨은 브라질산으로 조리한다.
정부의 수입 중단 조치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대량 소비처다.
국내 최대 급식업체 중 한 곳의 관리자급 관계자는 "브라질산 닭고기 사용을 이미 금지시켰다"라며 "아직 확정된 지침은 나오지 않았지만, 국내산 닭고기를 수급을 늘리고, 돼지고기와 소고기 등 육고기 위주의 식단도 고려하는 등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공식품 제조업체는 생산단가 상승과 공급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닭가슴살·치킨너겟을 생산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브라질산은 품질 균일성과 가공 적합성이 높아 대체하는 것이 쉽지 않다"라며 "아직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생산량 감소와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지 않겠나"라고 관측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냉동 닭고기 수입의 브라질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지적이다.
한 육류유통협회 관계자는 "국내 냉동 닭고기 수입의 대부분이 브라질에 집중돼 있어 이번 사태로 우리 수입 구조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태국과 미국, 폴란드 등 공급선을 다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항만에는 브라질산 닭고기 844t(37건)이 검역 중이다. 농식품부는 “해당 물량은 잠복기 등을 고려할 때 감염 우려가 없어 일반 검역 절차를 거쳐 통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신규 선적이 중단돼 중장기적 수급 불안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축산물 수급 상황을 확인하고, 국내 생산 확대 등을 통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정혜련 농식품부 국제협력관은 “수입금지에 따른 축산물 수급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육용종계의 생산 주령(생산 기한)을 연장하는 등 공급 안정화 조치를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적 파장도 클 전망이다. 브라질은 지난해 100억 달러(14조 원) 규모의 닭고기를 수출했다.
1위는 중국으로 12억9000만 달러(1조8000억 원 상당)어치를 수입했다. 9억4800만 달러(1조3000억 원 상당)의 아랍에미리트(UAE)와 일본(8억4700만 달러·1조2000억원 상당), 사우디아라비아(8억2200만 달러·1조1000억원 상당)가 뒤를 이었다.
미국은 달걀 수급에 대한 불안이 상당하다. 조류인플루엔자 유행으로 지난해 연말께부터 달걀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브라질산 달걀 수입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브라질 정부에 따르면 1∼4월 브라질의 대미 달걀 수출은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1000% 이상 증가했다.
이에 브라질산 닭고기와 달걀에 의존하는 세계 주요 수입국에서도 식탁 물가에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