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의 시선] 기성매체와 갈등 답습하는 챗GPT

입력 2025-05-1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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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인터넷 등장에 ‘미디어 공생’ 붕괴
뉴스 학습한 AI, 저작권 분쟁 필연
‘콘텐츠 무단활용’ 한국도 해법주목

새롭게 등장한 기술들은 등장 초기에 여러 갈등을 유발하게 마련이다. 미디어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뉴미디어들은 기존 매체들과 충돌하였다. 특히 전송해야 할 내용물 제작자나 사업자들과의 갈등은 미디어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9세기 이후 저작권 제도가 정착되는데 신문 같은 매스미디어 성장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20세기 초 등장한 방송의 발달사는 영상 제작자들과의 갈등과 타협의 역사라 할 수 있다. TV는 영화사와의 갈등 때문에 컬러가 아닌 흑백 TV로 출범하였다. 1970년대 초에 등장한 VCR은 할리우드와 영화사들과 영상물 재활용이라는 타협을 통해 상용화될 수 있었다. 넷플릭스가 영상서비스 시장을 장악하게 된 계기도 지상파방송과 디즈니사의 콘텐츠 공급 중단이었다.

1950년대 말 컬러TV 등장으로 위협을 느낀 신문사들은 자신의 뉴스를 방송사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때까지 방송들은 독자적 취재 기능이 없어 신문에 실린 뉴스를 읽어주고 있었다. 그러자 방송사도 직접 취재·보도를 할 수밖에 없었고, 영상매체의 강점을 바탕으로 얼마 가지 않아 신문 보도를 압도하게 됐다.

이후 영상매체인 TV와 음성매체인 라디오, 문자매체인 신문이 공존하는 ‘미디어 공생(media symbiosis)’ 체제가 오랜 기간 유지되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디지털 융합과 인터넷 등장은 신사협정 같았던 공생체제를 일거에 붕괴시켰다. 무엇보다 속보성이 취약한 문자매체 특히 신문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하였다. 현재 종이신문만 제작하는 신문은 사실상 소멸되었다.

특히 한국의 신문들은 구독자 확대를 통한 광고 수익 증가라는 근시안적 판단으로 인터넷 포털에게 헐값으로 뉴스를 제공하였다. 그 결과 한국의 포털은 검색 기능이 아닌 언론사들이 제공한 뉴스를 축으로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독특한 형태로 급성장하였다. 그 결과 포털사업자는 뉴스 이용 대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초갑’이 돼 버렸다.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를 매개하는 플랫폼사업자는 서비스를 직접 제작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다. 그러므로 플랫폼사업자들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 역시 콘텐츠 사업자들이 생산한 데이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오픈AI의 챗GPT는 수많은 데이터 덩어리를 분석해 맥락적 단어 패턴을 학습하는 ‘거대언어모델(LLM)’를 가지고 자연어를 생성해 낸다.

거대언어모델이 고도화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 덩어리들이 필요하다. 또 그 데이터 덩어리들이 잘 정제된 것이어야 한다. 챗GPT의 데이터 세트에 언론사 뉴스가 절대 필요한 이유다. 실제로 챗GPT를 이용해 보면, 가장 많은 근거 자료가 언론 기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언론사들이 자신의 뉴스를 합당한 대가 없이 사용하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렇다고 모든 언론이 똑같은 입장인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처럼 법적 소송을 벌이는 신문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많은 신문이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소송 이유는 LLM이 사실상 언론 기사를 그대로 복제해 저작권 침해, 남용에 의한 불공정 경쟁, 상표권 침해 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여러 기사를 합성·복제해 더 정교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면서 신문 평판을 훼손하거나 경제적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뉴욕 지방법원은 언론사 주장을 대부분 기각했지만, 향후 배심원 재판은 가능하다는 애매한 판결을 내렸다. 이를 두고 언론사와 오픈AI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놓았다. 우리도 신문협회가 네이버의 인공지능 LLM ‘하이퍼클로버’와 ‘하이퍼클로버X’ 개발에 신문사 뉴스콘텐츠를 무단 활용했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시작 단계지만 첨단 기술과 콘텐츠 제작자들과의 갈등은 향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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