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1위 인스턴트커피 제조사인 동서식품이 약 6개월 만에 또 가격을 인상한다. 명분은 지속한 전 세계 원두 가격 상승세 때문이다. 식품업계 일각에선 제21대 대통령 선거(대선) 전 가격 인상을 단행해 정권 교체 이후 가격 압박을 피하려는 조처란 시각도 나온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동서식품은 이르면 30일 기점으로 카누 등 주요 커피 제품 가격을 평균 9% 올린다. 지속한 커피 원두 가격 고공 상승 등이 이유다.
앞서 동서식품은 지난해 11월 인스턴트커피, 커피믹스, 커피음료 등 제품의 출고 가격을 평균 8.9% 인상했다. 당시 약 2년 만에 가격 인상을 알린 동서식품은 “커피 원두 및 설탕, 야자유 등 주요 원재료의 가격 상승과 높아진 환율의 영향을 반영했다”고 가격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6개월 만에 또다시 같은 이유로 비슷한 인상률로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다. 동서식품은 2022년부터 잇달아 가격 인상을 해왔다. 2022년 1월 당시 커피 제품 출고가를 평균 7.2% 올렸다. 당시엔 7년 5개월 만의 가격 인상이라며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1년이 채 되지 않은 같은 해 12월 또 다시 맥심 등 커피 제품 출고가를 평균 9.8% 인상했다. 이어 2024년 11월, 그리고 이번 가격 인상으로 3년 여 동안 네 차례나 커피값을 올린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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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식품의 잦은 가격 인상은 커피 원두 가격 상승세에 따른 실적 방어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그 중심에는 김광수 대표이사(사장)가 있다. 2023년 동서식품 수장이 된 김 대표는 40년 가까이 동서식품에서 근무한 ‘동서맨’이자 마케팅 전문가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를 내세운 인스턴트커피 ‘카누’를 히트 시킨 성과 등을 인정받아 2023년 마케팅총괄 부사장에서 대표로 전격 선임됐다.
김 대표는 소비 침체 속에서 ‘빠른 실적 개선’이란 미션을 해결해야 하는 책무가 큰 상황이다. 동서식품은 맥심, 카누 등 커피믹스로 국내 커피 시장 1위를 유지 중이지만, 2011년 이후 약 10년 동안 매출이 1조5000억 원대 안팎에 머물고 있었다.
다만 잦은 가격 인상을 통해 2022년부터 매출 상승세를 탔다. 동서식품의 연 매출은 2021년 1조5495억 원이었으나 △2022년 1조6151억 원 △2023년 1조7554억 원△2024년 1조7908억 원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영업이익률은 가격 인상 효과를 반영하지 못하며 내림세다. 2021년 13.6%였던 영업이익률은 △2022년 9.9% △2023년 9.5% △2024년 9.9% 등으로 가격 인상 이후 10% 아래로 떨어졌다.
동서식품의 가격 인상은 원가 부담과 함께 최근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의 영향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홈플러스의 채무변제 불확실성으로 3월부터 물량을 조절하면서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던 탓이다. 또한 21대 대선 전이 마지막 가격 인상 기회라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게 식품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인상을 저울질 하는 기업들은 30일 또는 6월 1일을 마지막 디데이로 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가격 인상 후에도 원가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추가적인 가격 인상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