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맥스, 형제간 경쟁하며 승계 준비...성과입증 과제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대표 기업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2세 경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승계가 마무리됐지만 남매 갈등이 새삼스레 격화하는 모습이고, 코스맥스는 형제가 경영 성과를 입증하기 위해 담금질을 하는 모습이다.
16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콜마그룹의 지주사인 콜마홀딩스는 대전지방법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윤상현 콜마그룹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제안하며 콜마비앤에이치 실적 부진을 지적한 것.
그러자 콜마비앤에이치는 12일 입장문을 내고 “현재 실적 턴어라운드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 전략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대표이사 체제 및 이사회 변경 요구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는 “회사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극대화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대응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며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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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콜마의 창업주인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은 슬하에 아들 윤상현 부회장과 윤여원 대표를 두고 있는데, 이들은 일찌감치 경영수업을 받았다. 윤 회장은 2019년 일련의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같은 해 그의 아들인 윤상현 당시 총괄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경영 전면에 나섰다. 윤 대표에게는 건강기능식품 ODM사인 콜마비앤에이치를 맡겼다.
콜마홀딩스의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 개편 시도는 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에 개입, 사실상 대표이사를 맡겠다는 뜻으로 읽히고 있다. 이를 통해 남매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발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분에서 윤 부회장이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콜마그룹은 지주사인 콜마홀딩스가 한국콜마(26.3%), 콜마비앤에이치(44.63%)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콜마홀딩스 대주주는 윤 부회장으로 31.7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윤 대표의 콜마홀딩스 지분율은 7.60%, 콜마비앤에이치 지분율은 7.78%에 불과하다. 윤 대표의 지배력이 견고하지 않아 이번 갈등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개편 논란이 격화하자 결국 윤 대표는 결국 아버지를 소환, ‘우군 만들기’에 나섰다. 15일 윤 회장이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열린 콜마그룹 창립 35주년 기념식에서 한 말을 외부로 전격 공개한 것. 이 자리에서 윤 회장은 "한국콜마로 대표되는 화장품·제약 부문은 윤상현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로 대표되는 건강기능식품 부문은 윤여원 대표가 각각 맡기로 한 것은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친 결과"라며 "지금도 그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자녀들인 윤상현 부회장과 윤여원 사장을 두고 "두 사람 모두 콜마의 미래를 함께 이끌 리더"라며 "앞으로도 두 사람은 서로 반목할 것이 아니라, 서로의 역할과 가치를 인정하며 더 큰 시너지를 만들어가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윤 부회장이 이끄는 콜마홀딩스는 즉각 반발했다. 특히 콜마홀딩스 홍보팀은 “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가 지주사인 콜마홀딩스와 관계사 한국콜마 창립기념행사에서 진행된 윤 회장님 말씀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면서 “콜마비앤에이치의 일방적이고 비상식적인 대응에 단호히 대처하며 엄정하게 관리 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콜마홀딩스는 “상장사의 경영 판단은 혈연이 아닌 기업가치와 주주 이익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사회 개편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향후 논란의 불씨는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코스맥스의 2세 경영은 ‘현재 진행형’이다. 창업주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의 장남 이병만 코스맥스 대표와 차남 이병주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는 각각 비슷한 지배력으로 경쟁하며 미래 먹거리 찾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스맥스그룹은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병만 전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를 코스맥스 대표로 선임했다. 형제가 지주사인 코스맥스비티아이 각자대표로 있다가 장남이 핵심 사업회사를, 차남이 지주사를 각각 맡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경수 회장은 2017년부터 지주사 지분을 형제가 대주주로 있는 코스엠앤엠과 레시피에 나눠 매각했다. 이어 이 회장이 2023년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을 형제에 매도와 증여를 통해 넘기면서 승계 작업이 본격화됐다.
현재 형제의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율은 이병만 대표가 19.95%, 이병주 대표가 10.5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병주 대표가 대주주로 있는 코스엠앤엠이 코스맥스비티아이의 지분 9.43%를 보유하고 있어 두 사람의 보유 지분은 거의 비슷하다.
업계는 이병만 대표의 전방위적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핵심 사업회사에서 지주사, 다시 핵심 사업회사로 자리를 이동한 점이 심층 경영 수업의 일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는 2020년 코스맥스 대표를 맡다가 2023년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로 이동, 올해 코스맥스 대표로 복귀했다. 코스맥스 대표 취임 후 코스맥스의 디지털 전환과 중국 시장 확대, 일본 법인 설립 등 굵직한 사업을 주도했다. 지주사에서는 미래 성장 동력인 맞춤형 화장품 등 디지털 사업과 건강기능식품 부문을 이끌었다.
업계에서는 아직 이경수 회장의 부인인 서성석 코스맥스비티아이 회장의 지분율도 상당해 아직 경영권 및 승계 향방을 예측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차남인 이병주 대표도 최근 실적 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며 “경영권 향배는 결국 코스맥스 2세 형제들이 각자 맡은 바 영역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낼 때 보다 선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