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없는 한 땀 전략’ 1년 새 총자산 39%↑
농업협동조합 특색, 해외에서 신선한 반응

NH농협은행이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런던 사무소의 지점 전환을 마무리한다. 싱가포르 지점은 이달 중 예비인가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내년 중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 인도 남부에 추가 지점을 설립해 2개 법인, 10개 지점 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협은행 글로벌사업부는 2030년까지 손익 1500억 원을 달성하고, 전체 손익의 5% 이상 기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사업부문을 은행의 ‘스물한 번째 영업본부’로 정착시키는 것을 중장기 비전으로 설정했다.
최전방에 선 인물은 정도영 글로벌사업부장이다. 그는 29년간 농협은행의 다양한 현장과 전략 부서를 거치며 굵직한 프로젝트를 이끌어왔다. 정 부장은 12일 “한 번 근무했던 부서로 다시 돌아온 곳은 여기뿐”이라면서 애정을 드러냈다.
정 부장은 농협은행 글로벌 사업의 최대 강점으로 ‘실패 없는 성장’을 꼽았다. 그는 “다른 금융사에 비해 역사가 짧지만, 한 땀 한 땀 무리하지 않고 큰 실패 없이 성과를 쌓았다”면서 “뉴욕, 하노이, 미얀마, 캄보디아, 홍콩, 시드니 등 지점과 법인을 차근차근 늘려왔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2013년 뉴욕 지점 개설을 시작으로 2017년 글로벌사업부 출범과 함께 하노이 지점과 미얀마 법인을 신설했다. 이후 캄보디아 법인 인수, 홍콩·시드니·베이징·노이다(인도) 등에서 지점을 개설했다. 현재 2개 법인과 6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최근 글로벌 사업의 최대 현안은 런던 지점 전환이다. 영국 금융당국의 최종 인가가 나면 이르면 다음 달 말, 늦어도 연내에는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런던 지점은 유럽뿐 아니라 중동, 아프리카 등 EMEA 지역 투자금융의 거점이 될 전망이다.
정 부장은 “런던은 거의 준비가 다 끝났고 현지 직원도 모두 채용을 완료했다”며 “감독당국과의 인터뷰도 마쳤고 이제 인가만 남았다”고 했다.

지금까지 추진해온 글로벌 사업 전략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농협은행 글로벌사업부문의 총자산은 2023년 말 3조1724억 원에서 2024년 말 4조4081억 원으로 39% 증가했다. 올해 목표는 4조960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 성장이다. 그는 “선진국에 점포를 내면 첫해는 30억 원 정도 적자를 보고 3년 차부터는 흑자 전환이 이뤄진다”면서 “올해는 홍콩·시드니·뉴욕 등 주요 지점이 100억 가까운 수익을, 미얀마·캄보디아도 합쳐서 30억 정도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태영 은행장의 전폭적인 지원은 든든한 배경이다. 그는 “(강 행장이) 디지털 부문과 인수·합병(M&A)분야에 전문가다 보니 글로벌 진출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면서 “디지털 DNA를 글로벌에 심는다는 개념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농협' 브랜드의 정체성도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협동조합 기반’이라는 농협의 금융 정체성은 해외 시장에서 신선한 반응을 얻고 있다. 정 부장은 “외국 감독당국이나 현지 금융권에서 농업협동조합이 은행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굉장히 신기해한다”면서 “특히 유럽, 동남아 등에서는 농협 모델 자체에 대한 관심이 많고 현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각국의 농업 환경에 맞춰 협동조합 금융 모델과 한국의 제도를 현지에 소개하고 있다. 중국·베트남 등 농업 기반이 취약한 국가는 한국 농협의 성장 과정과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 등을 주요 사례로 전달한다. 인도에서는 비료협동조합 ‘이쿠코 키산’과 식품회사 ‘담푸르’에 실제 대출을 집행하며 현지 협동조합과의 금융 협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