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 가능한 자궁경부암…전 세계 여성암 중 발병·사망 4위 [자궁경부암 퇴치①]

입력 2025-05-16 06: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조기검진과 HPV 백신으로 예방…남성 HPV 백신 접종도 고려해야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매년 5월 셋째 주는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지정한 ‘자궁경부암 예방주간’이다. 산부인과학회는 2010년부터 자궁경부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정기검진과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15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에서 약 66만 명의 여성이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고 약 35만 명이 이로 인해 사망했다. 전 세계 여성암 중 발병률과 사망률 모두 4위에 해당한다. 국내에서 자궁경부암은 여성암 중 발병률 11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자궁경부암 국내 환자 수는 2020년 6만1892명에서 2023년 7만109명으로 증가했다.

자궁경부암은 자궁 입구에 발생하는 암이다. 주요 원인은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다. HPV는 주로 성관계로 전파되며 성생활을 시작한 대부분 사람이 일생에 한 번 이상 감염될 정도로 흔한 바이러스다. 성인 여성 10명 중 1~2명, 성인 남성 10명 중 1명이 HPV에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HPV 감염은 인체면역시스템에 의해 자연 소멸된다. 특별한 증상 없이 감염자의 약 90%에서 2년 이내에 바이러스가 사라지며 별도 치료 없이도 몸에서 제거된다. 하지만 일부 고위험군 HPV 유형이 장기간 체내에 남아 지속 감염될 경우, 자궁경부암 등 악성 병변으로 진행될 수 있다. 흡연은 발생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자궁경부암은 비교적 천천히 진행돼 정기검진으로 조기 발견하면 완치할 수 있다. 또 남성도 감염의 매개가 될 수 있어 남성에 대한 백신 접종도 암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8년 국제암저널에 실린 연구논문에 의하면 남녀 모두 HPV 백신을 접종하면 여성만 접종하는 것보다 전체 집단면역이 20~30%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WHO 등은 HPV 백신 접종과 효과적인 선별검사에 의한 조기 발견으로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퇴치할 최초의 암으로 꼽는다. 호주와 영국, 인도네시아 등은 자궁경부암 퇴치를 공식 선언했다. 2007년 세계 최초로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HPV 백신을 도입한 호주는 2035년까지 자궁경부암을 퇴치한 첫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8개국 중 33개국이 남성 대상 NIP를 도입했다. 한국은 2016년 만 12세 이상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HPV 백신을 NIP에 포함해 무료 접종하고 있다. 의학계는 남아에서 불가피한 ‘HPV 백신 공백세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24년 질병관리청의 초·중학교 입학생 예방접종 확인사업에 따르면 2011년생의 1차 접종 완료율은 여아 79.2%, 남아 0.2%로 차이가 크다. 이용재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국내 남아의 저조한 HPV 백신 접종률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HPV 관련 질환 예방에 사각지대를 남겨두는 행위와 같다”며 “저출생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래 사회의 중심이 될 청소년 세대에 HPV 질환에 대한 면역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국내 공중보건에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HPV는 여성에게 자궁경부암을 일으키지만, 남성에서 구강인두암, 항문 상피내종양, 항문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또 남녀 모두에게 생식기 사마귀라는 성 매개성 질환도 유발한다. 전문가들은 남녀 모두에게 HPV 백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의학계 의견을 반영해 접종 확대를 추진 중이나 예산 마련이 쉽지 않다. 작년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HPV 백신 접종 NIP 남아 대상 확대와 백신 전환을 위해 278억9100만 원의 예산을 증액했으나 감액 예산안이 통과되며 중단됐다. 다만 HPV 백신의 NIP 남아 확대 시행은 질병청이 이달 중 편성할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 여부에 달렸다.

21대 대선에서도 HPV NIP 확대가 공약으로 등장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10대 공약에 ‘남성까지 HPV 백신지원’을 구체적으로 언급해 NIP 대상 확대에 대한 포부를 밝혔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보건의료 공약 중 질병 예방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예스24, 전 회원에게 상품권 5000원ㆍ크레마클럽 무료 30일 제공
  • 트럼프 “G7 조기 귀국, 이란·이스라엘 휴전과 관련 없어…그보다 훨씬 큰 문제”
  •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K-원전' 위상도 쑥 [위기 대한민국, 이것만은 꼭 ⑦]
  • 인형 사려고 몸싸움까지…'라부부 재테크', 시작해도 될까요? [이슈크래커]
  • 단독 지난해 경력변호사→검사 임용 10배 늘었지만…‘경력직’도 퇴직 러시 [검찰, 어디로]
  • “북미 전력 공급량 급증”…전력 기기 시장도 활황 [AI 데이터센터 ‘양날의 검’ 中]
  • 소비자 만족도 최고는 '새벽 배송'…'결혼서비스'가 최악인 이유는? [데이터클립]
  • 티빙+웨이브 통합 요금제 출시…진짜 ‘하나’가 된 걸까? [해시태그]
  • 오늘의 상승종목

  • 06.1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46,109,000
    • -0.97%
    • 이더리움
    • 3,528,000
    • -2.41%
    • 비트코인 캐시
    • 647,500
    • +3.52%
    • 리플
    • 3,046
    • +0.23%
    • 솔라나
    • 208,300
    • -3.61%
    • 에이다
    • 860
    • -3.26%
    • 트론
    • 382
    • +1.87%
    • 스텔라루멘
    • 355
    • -1.93%
    • 비트코인에스브이
    • 43,890
    • +1.6%
    • 체인링크
    • 18,380
    • -2.6%
    • 샌드박스
    • 362
    • -3.2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