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의 생존 제1 공식은 ‘비용’이다. 줄일 수 있다면 어떻게든 줄이고, 손댈 수 없다면 버티는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전기요금은 가장 만만찮은 존재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1년 이후 무려 일곱 차례나 인상되면서 킬로와트시(kWh)당 평균 105.5원에서 173원으로, 3년 만에 약 70% 가까이 뛰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가정용 전기요금은 묶어두고, 산업용에만 인상 부담을 전가한 결과다. ‘전기료 폭탄’은 기업들의 생산원가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특히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 전력 소모가 큰 산업은 공장을 돌릴수록 비용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진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기업 10곳 중 8곳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10곳 중 4곳은 한국전력 대신 자가발전소나 전력도매시장 전력직접구매 등 다른 전력 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값싼 전력 확보가 기업의 생존을 가르는 과제가 된 것이다.
첨단산업이 고도화할수록 전력 수요는 폭증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그야말로 ‘전기 먹는 하마’다. 전기차는 문자 그대로 전기를 사용한 운송수단이다.
정부는 2038년 우리나라의 전력 수요가 최대 128.9기가와트(GW)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 원전 1기의 발전용량이 1GW 수준이다. 원전 130기와 맞먹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선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함께 활용하는 ‘에너지믹스’가 현실적이고, 또 유일한 선택지다.
그간 에너지 정책은 생존의 문제보단 이념 구도 속에서 다뤄져 왔다. 원전 정책은 필요에 따라 ‘탈원전’과 ‘친원전’을 오가며 일관성을 잃은 지 오래다.
산업 현장에선 원전의 옵션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중요한 비용 측면에서 원전의 경제성은 어떤 에너지원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력거래소 평균 정산 단가를 기준으로 보면 원전은 kWh당 66원, 태양광은 135원으로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연료비와 고정비 등을 모두 고려한 ‘균등화 발전단가(LCOE)’를 보면 ㎾h당 원자력은 60~70원인 반면 태양광은 123~144원, 풍력은 166~300원이다.
다행히 정치권에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최근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선택하긴 어려울 것 같다. 상황에 따라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를) 필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은 숫자일 뿐이지만, 기업에겐 생존의 문제다. 그 무게만큼 정책도 현실을 따라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