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간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9일 MBK·영풍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 박기덕의 고려아연 대표이사 취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MBK·영풍이 입장을 낸 것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 이사회 구도가 11 대 4로 재편된 이후 처음이다.
MBK·영풍는 각각 계열사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YPC와 명의로 이날 입장문을 내 “박기덕은 최윤범 회장, 이승호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 2024년 10월 30일 2조5000억 원의 유상증자 발표 과정에서 부정거래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당사자”라며 “지난달 23일 서울남부지검의 고려아연 압수수색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피의자로 적시된 인물 중 한 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상증자 계획으로 주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힌 당사자이자 자본시장법 위반의 피의자 중 한 사람을 시가총액 16조원에 달하는 상장사의 대표이사로 재선임해 취임하게 하는 것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피해를 입은 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의 가치를 보호해야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이사회 스스로 경영진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감시, 견제 등 본연의 의무와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또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박기덕 대표이사 선임을 유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박기덕 사내이사를 대표이사로 재선임했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MBK·영풍 연합의 공개매수에 대항해 ‘맞불’ 성격으로 사들인 자사주 204만30주(9.85%)를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전날 열린 고려아연 정기 이사회에는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기타비상무이사·사외이사로 선임돼 이사회 진입에 성공한 김광일 MBK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이 모두 출석했다.
이들은 이사회에서 박기덕 대표이사 재선임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형진 영풍 고문까지 더하면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인사 11명과 영풍·MBK 측 인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 외 이사 4명은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직무집행정지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