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산 30호 신약 ‘케이캡’으로 연구개발(R&D) 체력을 다진 HK이노엔이 다수의 차세대 파이프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비만치료제와 아토피 피부염, 항암제에 이르기까지 유망 시장마다 손을 뻗으며 성장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비만치료제로 개발하는 ‘IN-B00009’(성분명 에크노글루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에 진입했다. 지난해 중국 바이오기업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국내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사들인 물질이다.
비만치료제는 국내외 제약·바이오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시장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2023년 60억 달러(약 8조 원) 규모에서 2030년 1300억 달러(약 180조 원) 규모까지 팽창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성인의 비만 유병률은 38.4%에 달한다.
HK이노엔은 케이캡 성공으로 쌓은 R&D 역량을 IN-B00009에 투입한다. IN-B00009는 ‘위고비’처럼 주 1회 피하주사 투여하는 약이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에서 26주 투여 시 리라글루티드(제품명 삭센다)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체중 감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중국에서 진행한 임상 3상에서도 위약 대비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또 다른 핵심 파이프라인인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개발도 순항 중이다. 올해 3월 야누스 키나제-1(JAK-1) 억제 기전의 자가면역질환 신약 ‘IN-115314’의 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
IN-115314는 JAK-1 억제 계열 중에서는 국내 최초로 바르는 약(연고제)으로 개발 중이다. 염증 부위에 국소적으로 작용해 JAK-1 효소만 선택적으로 억제하기에 기존 약물보다 전신 흡수량이 적어 부작용 위험이 낮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기존 아토피 피부염 국소 치료제는 장기 사용이 어렵거나 도포 시 화끈거리는 등의 한계가 있다.
HK이노엔은 지난달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5)에서 연구 결과를 공개하며 항암 신약으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동아ST와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로 공동 개발하는 상피세포 성장인자수용체(EGFR) 분해제 ‘IN-207039’는 정상 EGFR은 분해하지 않고 EGFR 변이 단백질만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기전이다.
IN-207039는 오시머티닙(제품명 타그리소)에 내성을 보이는 EGFR변이 마우스 모델에서 강력한 종양 성장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 내년 중 비임상 후보물질을 선정하는 것이 목표다.
2018년 식약처 허가를 받은 HK이노엔의 첫 번째 신약 케이캡은 국내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에만 1969억 원의 원외처방실적을 기록하며 5년 연속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최근 이집트를 포함한 북아프리카 6개국과 케이캡에 대한 완제품 수출 계약을 맺으면서 해외 53개국에 진출했다. 올해는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에 나선다. 파트너사 세벨라를 통한 미국 임상 3상 결과를 토대로 4분기 중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낼 계획이다.
전문의약품과 숙취해소제 등 기초 체력에 기반을 둔 실적은 순항하고 있다. 1분기 개별기준 매출 2474억 원, 영업이익 254억 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각각 16.3%, 47.0% 성장을 달성했다. 올해 첫 연매출 1조 원 돌파가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