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사회적 낙인’이 장애물…“For C 캠페인으로 극복” [자궁경부암 퇴치②]

입력 2025-05-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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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r C 재단’ 설립자 배효숙 미국 국립보건원(NIH) 객원연구원 [인터뷰]

▲배효숙 박사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궁경부암 인식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배효숙 박사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궁경부암 인식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유방암 인식의 국제 상징인 핑크 리본은 이제 일상이 됐습니다. 그 덕분에 유방암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죠. 자궁경부암도 쉽게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자궁경부암은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과 정기 검진으로 완전한 예방이 가능한 질병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전 세계 여성 수십만 명이 매년 이 병으로 사망한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난 배효숙 박사는 “경제적인 문제나 인프라가 미비해서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낙인(Stigma)이 큰 장애물 역할을 한다. 자궁경부암은 성 매개 감염과 관련돼 있어 성적 문란, 여성성 상실 등의 오명을 수반한다. 낙인은 개인을 비정상으로 간주하고 차별하는 사회적 작용으로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배 박사는 고려대에서 의학박사 취득 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블룸버그공중보건대학원에서 공중보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와 말라위 국경없는의사회 자궁경부암 프로젝트 종양외과 전문의로 활동했다. 현재 미국 국립보건원(NIH) 객원연구원이자, 자궁경부암을 예방하자는 취지의 ‘For C 재단’ 설립자이기도 하다.

배 박사는 “For C 재단은 ‘자궁경부암 없는 미래를 그려가자’는 슬로건으로 2024년부터 설립됐다. For C 캠페인은 자궁경부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낙인은 없애고 지역 사회가 자궁경부암을 근절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캠페인은 한 손으로 ‘C’모양을 만들어 눈 주위에 가져간 채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SNS)에 공유하는 방식이다. 일상에서 자궁경부암 예방 활동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일반적으로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이 HPV에 잘 감염된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는 오해다. 배 박사에 따르면 성인의 80%는 평생 한 번은 HPV에 감염되고, 성 접촉이 없더라도 구강의 입속 점막을 통해서도 감염이나 확산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검진율 70% △전암성 병변 치료율과 침습성 암 치료율 90%를 달성하면 자궁경부암을 ‘퇴치 가능한 암’으로 만들 수 있다고 제시한 바 있다.

문제는 질환에 대한 오해는 검진율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질병청의 2022년 국가암검진 수검률 자료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검진율은 53.9%로 대장암(62.5%), 유방암(66.8%)보다 낮다. 20~30대 젊은 여성층의 참여율이 현저히 낮은데, “산부인과 방문 자체가 창피하다”거나 “성생활을 전제로 한 질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검진을 회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배 박사는 NIH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일하며 개발도상국에서 진행하는 자궁경부암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비용이 저렴한 검사법 보급, 백신 도입 정책 등이 주요 업무로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와도 협업하고 있다. 그는 “자궁경부암은 WHO에서도 퇴치를 꿈꾸고 있지만 전 세계 여성들이 네 번째로 많이 죽는 질환이다. 사회적인 편견으로 검진이 늦어지고, 백신 접종도 미진하다. 남녀노소 차별을 두지 않고 다 같이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재단의 For C 캠페인에 대한 전 세계 반응은 긍정적이다. 배 박사는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리더들도 모두 캠페인의 취지에 동의했다. ‘국민 엄마’ 배우로 알려진 김미경 씨와 미국 드라마 멘탈리스트에서 활약한 할리우드 배우 팀 강도 For C 캠페인에 동참했다.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해 자궁경부암 인식개선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WHO는 2030년까지 모든 국가가 △15세 이하 소녀의 HPV 백신 접종률 90% △35·45세 여성의 고성능 검진율 70% △전암성 병변 치료율과 침습성 암 치료율 90%를 달성하면 자궁경부암을 ‘퇴치 가능한 암’으로 만들 수 있다고 제시한 바 있다.

국내에선 한국로슈진단이 지난해 20대 여대생들의 자궁경부암 검진 인식 개선을 위해 각 여대를 방문해 For C 캠페인을 알렸다. 올해는 여성과 남성 모두 자궁경부암에 대한 인식 개선에 참여하자는 취지로 남녀공학대학교에서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다. 배 박사는 “다양한 업체, 단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자궁경부암 인식 개선 활동에 나설 것”이라며 “백신이나 검진을 넘어서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 ‘조용한 장벽’인 낙인을 걷어내는 일이 암으로부터 여성들을 지키는 첫걸음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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