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 경기 침체가 자재 시장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자재 원가는 올랐지만 건설 수요 자체가 줄어든 탓에 자재 가격은 내려가거나 제자리다.
7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4월 월간건설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수입 건설용 중간재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9% 상승했다. 이는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지난해 11월부터 넉 달 연속 5% 이상 오른 수치다. 특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철강 원재료와 콘크리트 혼화제는 각각 8.2%, 6.5% 증가했다.
그럼에도 전체 건설용 생산재 물가는 같은 기간 0.3% 상승에 그쳤고 국내 출하가는 0.0%로 보합세였다. 자재별로 살펴보면 일반 철근 물가지수는 지난해 2월 156.9에서 올해 2월 145.9로 7% 감소했다. 형강 역시 139.5에서 132.5로 5%, 레미콘 지수도 141.3에서 136.7로 3.2% 낮아졌다. 고로슬래그는 보합세를 이어갔다. 결국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가는 올랐지만 자재 가격에 인상분이 반영되지 못한 셈이다.
이처럼 환율 등 원가 부담 요인이 있음에도 국내 자재 가격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건설 수요 자체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건설시장은 착공이 있어야 자재가 출하되는 후방 산업에 포함된다. 철근·시멘트·레미콘 등 주요 자재는 창고에 재고로 쌓아두는 것이 아닌 공사 수주→착공→자재 발주 순서로 소비된다. 즉 현장이 열려야 자재도 움직이고 소비되는 구조인 것이다.
그러나 새해 들어 주요 건설 지표는 급격히 악화하며 시장 경색에 들어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2월 건설 수주 총액은 21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9% 감소했다. 건설 기성액은 전년 동월 대비 26.9% 감소하며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공공·민간 할 것 없이 모두 침체된 상황이다. 특히 공공부문 수주가 26.9% 줄며 민간 부문(-9%)보다 더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최신 집계인 2월 공공 수주는 2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3% 감소했고 이는 2019년(2조8000억 원) 이후 6년 만의 최저치다.
이 같은 수주 감소는 올해 SOC 예산이 1조 원 가까이 축소되면서 공공부문 발주가 급감했고 정국 불안정과 부동산 시장 침체가 수주 심리를 위축시킨 결과로 분석된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다수의 건설사가 착공 시기를 미루거나 발주를 중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 고용 시장도 한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건설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8.7%(18만5000명) 감소하며 11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감소 폭은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특히 토목과 건축 분야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수요 부진이 건설 자재 가격을 끌어내린 형국”이라며 ”건설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가격은 하락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발 관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수주나 투자가 경색된 상황"이라며 "새 정부가 들어서 의지와 방향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건자재 시장을 포함한 건설 업계 전반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