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이 7일 SK텔레콤 해킹 사태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SK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룹 차원의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SKT타워 수펙스홀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SKT 해킹 사태에 대해 "SK그룹을 대표해 사과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최 회장은 "사고 이후 일련의 소통과 대응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서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고객 입장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면서 "이는 저를 비롯한 경영진 모두가 뼈아프게 반성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고객뿐 아니라 언론, 국회, 정부기관 등 많은 곳에서의 질책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정부 조사에 적극 협력해서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고객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SK그룹은 그룹사 차원의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내·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형태로, 그룹 경영 최고 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위원회를 설치한다. 최 회장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구성해서 객관적으로 중립적인 시각에서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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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이때까지 보안은 IT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그분들만 전담하고 있었던 거 같다"면서 "이런 것들을 넘어서 (보안이) 얼마나 저희한테 중요한 상황인지 깨닫고 그룹 전반이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날 최 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8일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하는 대신에 사전에 자신의 입장을 대중에 밝히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SKT 유심 해킹 사건 청문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사유서에는 청문회 당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를 대비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대미 통상 관련 행사가 예정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밤 12시께 위약금 면제를 요구하며, SKT 단독 청문회와 최 회장 증인 채택을 의결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유영상 SKT 대표부터 류정환 부사장까지 서비스 해지 위약금 면제와 관련해 ‘종합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너무 많이 들었다”며 “다음 청문회에서 최태원 회장을 불러 직접 들어야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위약금 면제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최 회장은 "가능한 한 불편이 없도록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도 "이용자의 형평성 문제와 법적 문제를 같이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SKT 이사회가 이 상황을 놓고 계속 논의 중에 있고 논의가 잘 돼서 해결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 멤버가 아니다 보니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보안을 '국방', '안보'와 연결 짓기도 했다. 최 회장은 "그냥 보안 문제가 아니라 국방이라고 생각해야 될 그런 사안으로 본다"면서 "안보 체계를 제대로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희한테 생명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