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묻겠다” 취지 공감하지만…오너체제 중소형사엔 ‘산너머 산’ ['책임의 각인' 증권사 책무구조 中]①

입력 2025-05-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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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5-12 18: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중소형 증권사 일부 오너, 대표이사 선제 사임
내부통제 재설계·추가 인력 부담도
"사실상 전사적 조직개편 필요"
대형 증권사도 업무량 폭증 불만
책임소재 불분명한 '그레이존' 문제도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도 안착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 특히 오너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책무구조도가 자칫 오너 리스크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노심초사다. 여기에 인력과 자본, 조직 역량 등 구조적 한계로 인한 부담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2일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금융투자사·보험사 67곳 중 53개사가 시범 운영을 진행 중이다. 정식 도입을 앞두고 증권사들이 자체 대비책을 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너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책무구조도 도입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는 특히 중소형 증권사에서 오너 일가가 경영을 직접 맡는 구조가 흔하다. 이는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최대주주가 개인이나 기업이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상대적으로 적은 자기자본(최소 1000억 원 수준)으로도 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KR투자증권은 채권 전문가이면서 최대주주인 이인혁 전 리딩투자증권 전무가 자본 약 1200억 원을 바탕으로 설립했다.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가장 부담이 커지는 오너체제 중소형 증권사는 신영증권, 대신증권, DB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DS투자증권, 유화증권, 케이프투자증권, KR투자증권, 흥국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 최소 10곳 이상이다. 이들 회사는 오너가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실질적 경영 참여가 크지 않은 경우도 많아 내부통제 사고 발생 시 오너에게 책임이 집중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영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오너의 대표이사직 사임 등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서두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영증권의 오는 6월 주주총회에서 원국희 명예회장의 아들인 원종석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실질적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오너가 등기임원에 남아있을 경우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이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대표직에서 빠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책무구조도는 단순히 문서를 작성하는 수준을 넘어 내부통제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각 사업별 책임 구분을 명확히 하는 한편, 이를 관리·운영할 전담 인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이중 부담에 놓여 있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는 준법감시와 리스크관리 조직이 이미 체계화돼 있어 대응이 수월하지만, 중소형사는 인력과 시스템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책무구조도에 맞춰 업무 흐름을 정비하려면 사실상 전사적 조직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들도 불만은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매달 점검해야 할 내부통제 문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며 “서류 작업만으로도 하루 일과의 절반이 소모된다”고 토로했다. 실제 업무 과정에서는 촘촘한 책임 구분에도 불구하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그레이존(Gray-Zone·영역을 구분하기 어려운 중간지대)에 대한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책임을 명확히 구분한다고 하더라도 일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그레이존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내부통제 부실과 관련한 사고에 대해서는 연대책임 구조로 대응 방향을 잡고 있다. 실제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달 내부통제 체계를 전면 재정비한다고 밝혔다. 준법감시관리자 인력을 대폭 확대하고, 내부통제 관리 책임을 임원에서 부점장급까지 확대하는 등 사전 예방 중심의 내부통제 강화가 핵심이다. 금융당국은 제도 정착을 위해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되, 업권 특성과 회사 규모 등을 감안한 유연한 운영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여전히 형식적인 문서 대응으로 흐를 수 있다는 회의적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내부통제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겠다는 제도지만 현장에선 조직 여건과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 유연한 운영이 필요하다"며 "제도의 정착 여부는 당국의 일관된 원칙과 업계의 실질적 대응 사이의 균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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