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일 "저는 방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직을 내려놓았다"고 밝혔다.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을 택했다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6분가량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엄중한 시기 제가 짊어진 책임의 무게를 생각할 때, 이러한 결정이 과연 옳고 또 불가피한 것인가 오랫동안 고뇌하고 숙고한 끝에, 이 길 밖에 길이 없다면 가야 한다고 결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대행은 "세계 10위권의 한국 경제가 G7 수준으로 탄탄하게 뻗어나갈지 아니면 지금 수준에 머무르다 뒤처지게 될지, 대한민국 정치가 협치의 길로 나아갈지 극단의 정치에 함몰될지, 이 두 가지가 지금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극단의 정치를 버리고 협치의 기틀을 세우지 않으면 누가 집권하든 분열과 갈등이 반복될 뿐"이라며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우리는 여기서 멈출지 모른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무엇이 제 책임을 완수하는 길인가 고민했다. 하나는 당장 제가 맡고 있는 중책을 완수하는 길, 다른 하나는 그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이라며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저의 직을 내려놓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한 대행은 "국가를 위해 제가 최선이라고 믿는 길을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어떤 변명도 없이 마지막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총리 직을 내려놓은 한 대행은 2일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행의 사퇴 후 출마는 이미 정치권에선 기정사실화 돼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직후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한 대행을 추대하는 분위기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한 대행 측 실무진은 최근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이 사무실이 한 대행의 대선 캠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행의 등판으로 국민의힘 선거판은 요동치게 됐다. 최종 2인 중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선명성을 드러내온 반면 한동훈 후보는 "누구와든 힘을 합치겠다"며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한 발언으로 일정 부분 거리를 둬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 대행의 등판은 오는 3일 국민의힘 최종 후보 선출을 위한 3차 투표에 영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투표는 2차 경선 투표와 마찬가지로 선거인단 투표(당심) 50%, 국민 여론조사(민심) 50%가 합산된다.
현재 국민의힘 내에선 반탄(탄핵 반대)파의 최전선에 있던 김 후보에 대한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또다른 반탄파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경선 탈락으로 홍 후보 지지세가 김 후보로 옮겨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민심에선 찬탄파 한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강하다. 이날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8∼30일 만 18살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한 후보는 9%, 김 후보는 6%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한 대행이 2일 출마를 선언하면 국민의힘에서도 곧바로 최종후보가 나오는만큼 양자 간 단일화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선 중앙선관위 대선 홍보물 인쇄 발주 마감일인 다음 달 7일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