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고성 메시지 때마다 일시 휴전
'임시방편'으로 휴전 메시지 적극 활용 中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 연휴에 맞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휴전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현지시간 5월 8∼10일 사이 72시간이다. 앞서 "부활절 30시간 휴전" 때와 마찬가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고성 메시지가 나올 때마다 임시방편 형태의 휴전을 일방적으로 선언 중이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크렘린 궁은 성명을 통해 "푸틴 러시아 연방군 최고사령관의 결정에 따라 러시아는 인도주의적 고려를 바탕으로 승전 80주년 기념일 연휴에 휴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휴전 기간은 5월 8일 0시부터 10일 자정까지 총 72시간이다. 5월 9일은 러시아가 2차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공휴일이다. 승전 80주년을 맞는 올해는 하루 전부터 시작해 사흘이 연휴다.
크렘린 궁은 "이 기간 모든 군사 행동이 금지된다"며 "우크라이나는 이 모범을 따라야 하며 우크라이나 측이 휴전을 위반하면 러시아군은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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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국제 파트너들과 건설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을 목표로 전제조건 없는 평화 회담이 준비됐다고 재차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깜짝 휴전' 선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 "아마도 그는 전쟁을 중단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하며 러시아에 2차 제재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한 뒤 이틀 만에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부활절 기간인 지난 19일에도 30시간 동안 일시 휴전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바 있는데,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를 태도를 비판하며 협상 중재 노력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한 지 하루 만이었다. 부활절 휴전 기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 상대가 휴전을 위반하고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이 기간에 휴전을 약 4900건 위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제시한 '30일 휴전'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일방적인 일시 휴전을 두 번째로 선언했다. 이달 중순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중재에서 발을 뺄 수 있다"고 경고하자 하루 만에 "부활절 30시간 휴전"을 선언했다.
미국이 압박할 때마다 일시 휴전을 일방적으로 선언함으로써 미국과 협상의 문이 닫히지 않도록 '임시방편'으로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 측의 일방적인 휴전 선언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 백악관도 불편한 분위기를 전달했다. 캐롤라인 레빗 미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기자들에게 "그는(트럼프) 양국 지도자들에 대해 점점 더 불만을 느끼고 있다"며 "그는 영구적인 휴전을 원한다. 살인을 멈추고 유혈 사태를 중단하기 위해 먼저 영구적인 휴전을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