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 얇아 국물 잘 배고 금방 요리...연매출 1000억·총 57억 개 팔려
사모아, 연간 1인당 54.5개 소비...“사발면, 한국 컵라면 대명사 돼”

농심 ‘육개장사발면’은 국내 스포츠마케팅의 시초 제품이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공식 라면으로 지정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경기장에서 육개장사발면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TV 중계화면을 통해 전 세계인들에게 노출됐다. 서울올림픽 당시에도 미국 3대 방송사 중 하나인 NBC에서 농심 육개장사발면을 “미국 햄버거에 견줄 제품”이라고도 소개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었다.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육개장사발면은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용기면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 판단한 농심이 개발에 돌입, 1982년 11월 탄생한 제품이다. 육개장사발면은 탱글탱글한 얇은 면발과 육개장 특유의 얼큰하고 개운한 국물이 특징이다. 여기에 소용돌이 모양 맛살이 육개장사발면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특유의 맛을 더하는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특히 맛의 핵심인 라면 국물은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고기 육개장 맛을 기본으로 개발했다. 얼큰한 육개장 맛을 대중화해 호불호 없이 김밥 등 다른 한식과도 찰떡궁합일 정도로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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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은 자사가 처음 출시한 용기면을 당시 삼양식품의 컵라면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새로운 이름 짓기에 골몰했다. 고심 끝에 상 위에 놓고 먹을 수 있는 사발에 주안점을 두고, 한국인에게 친숙한 ‘국사발’ 모양을 그대로 본 떠 ‘사발면’이라고 이름 붙였다. 세계 시장에서 통용되는 컵 형태가 아닌 사발면이라는 한국적인 제품명은 금세 소비자들의 호감을 얻었다. 출시 당시부터 가정은 물론이고 야외에서도 손쉽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무엇보다 육개장사발면의 인기 비결은 가성비에 있다. 시중의 컵면과 비슷한 가격대이면서 양이 더 많고 맛도 좋은 컵라면이라는 것. 여기에 면이 얇아 조리시간도 짧고 면에 국물이 잘 밴다는 점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 용기면으로는 유일하게 연간 1000억 원을 기록하는 메가브랜드로, 작년 말까지 누적 판매량만 56억6000만 개에 달한다.
육개장사발면의 인기는 해외에서도 뜨겁다. 특히 남태평양 섬나라 ‘아메리칸 사모아’에서 의외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22년 기준 아메리칸 사모아 내 농심 육개장사발면의 판매량은 300만 개다. 매년 10% 안팎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놀랍다. 5만5000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아메리칸 사모아는 연간 1인당 54.5개의 육개장사발면을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메리칸 사모아에서 여러 라면을 제치고 육개장사발면이 특히 인기인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생산 시설이 부족해 대부분의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해온 현지인들이 1990년대 초 원양어선을 타면서 한국인들이 즐기는 라면, 특히 용기면 제품의 육개장사발면을 처음 접하게 된다. 이후 유사한 경쟁 제품도 나왔지만, 여전히 아메리칸 사모아의 대표 라면은 육개장사발면으로 꼽힌다.
농심 관계자는 "제품의 브랜드명이 해당 산업 전체를 대표하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육개장사발면도 이런 경우에 속한다"며 "사발면은 현재 한국인들에게 컵라면을 지칭하는 또 다른 이름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