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티브 매출 비중 높은 점도 부담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투자자들에게 기업가치 적절성과 상장 이유를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지가 기업공개(IPO) 흥행 여부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4일부터 30일까지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희망공모가 밴드는 1만1500~1만3500원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4789억~5622억원이다. 공모 예정 금액은 밴드 상단 기준 2017억원으로, 신주 모집과 구주 매출이 각 50%씩이다. 구주매출 물량은 재무적투자자(FI)인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PE)가 설립한 유한회사 엘엘에이치(LLH)가 보유한 주식으로, 이번 공모를 통해 전부 매각된다.
당초 시장에서는 롯데글로벌로지스 몸값이 1조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2017년 LLH로부터 9000억원대의 가치를 인정받아 약 2860억원을 투자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IPO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제시한 몸값은 시장 기대보다 절반 가량 낮춘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고 보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제시한 실적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운 환경인 데다 영위하고 있는 사업 자체가 성장 산업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 비교 기업을 압도할 만한 경쟁력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 등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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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올해 영업이익 가이던스가 1000억~1050억원인데 작년과 비교했을 때 과한 목표는 아니지만,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오히려 물동량이 하락하면서 실적이 감소할 수 있다"며 "가이던스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지고 목표치를 달성한다고 해도 지금 책정된 기업가치는 과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롯데글로벌로지스 매출에서 캡티브(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점도 실적 성장성에 의문을 더하는 요인 중 하나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최근 3개년 실적을 살펴보면 롯데 계열사를 통한 매출 비중은 2022년 28.2%(1조1291억원)에서 2023년 32.5%(1조1728억원), 2024년 34.7%(1조2408억원)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B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택배 매출단가가 경쟁사인 CJ대한통운이나 한진보다 비싼데 회사의 라스트마일(최종 소비자 배송) 퀄리티가 뛰어나게 좋은 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 계열사에서 후한 값을 줬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현재 KOTC(장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날 오후 4시 9분 기준 롯데글로벌로지스 주가는 1만5700원을 기록, 희망 공모가와 큰 차이가 없다.
A운용사 매니저는 "이미 KOTC에서 가치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 주가에는 이전상장에 대한 기대감 등도 반영돼 있을 것"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미 시장에서 살 수 있는 종목인데 굳이 공모에 참여할 만큼의 가격 메리트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KOTC에서는 적정한 기업가치를 받을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C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KOTC 시장은 유동성이 부족해 이 가격이 현재 기업가치를 온전히 반영한다고는 볼 수 없다"며 "롯데글로벌로지스 몸값이 다소 비싼 감은 있지만 과한 프리미엄을 붙이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상장 추진에 대한 시장 설득이 핵심이란 의견이 나온다. 앞서 LLH는 투자 당시 롯데그룹과의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일정 수익률(IRR)이 보장되는 풋옵션(조기상환 청구권) 조항을 확보한 바 있다. 이 계약에 따라 산출된 주당 행사가격은 약 5만720원이며 공모가가 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차액을 현금으로 보전해야 한다. 이번 상장이 FI 엑시트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B운용사 매니저는 "공모가 하단 기준으로 상장하더라도 롯데지주와 호텔이 2931억원을 손실 보전해줘야 한다"며 "어쨌든 상장을 해야 지주와 호텔의 자금 부담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는 점이 이번 IPO의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