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방통위 “불법 판단 어려워”…차단 권한도 애매

국가정보원이 중국 언론홍보업체가 국내 언론사를 사칭해 콘텐츠를 게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이를 차단 및 삭제하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관 부처 간 책임 주체가 불분명해 사실상 대응 공백이 지속하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이 포착한 국내 언론사 위장 웹사이트가 여전히 운영 중이다. 최근 국가정보원은 중국 언론홍보업체 ‘취안메이셔’가 국내 언론사의 명칭을 도용한 사이트를 포착했다. 피해 언론사는 서울신문, 제주일보, 대구뉴스, 매일신문 등 7개 언론사다. 도메인 등록 소재국은 중국, 싱가포르, 미국이다. 국정원은 “이 도용 사이트에서 아직까지는 문제성 콘텐츠 유포 동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도용 사이트를 차단·삭제하는 등 후속 조치를 이행할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이러한 행위를 포착하고 이를 경고하는 수준에 머물렀을 뿐, 해당 사이트에 대해 차단 등 실질적 제재 권한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2023년에 이어 올해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차단 조치는 국정원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며 “국정원은 위험 요소를 발견해 주의하라고 관련 부처나 시민들께 알려드리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방송통신심의위원와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뚜렷한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 방심위는 방송 내용과 인터넷상 불법 및 유해 정보를 심의하는 민간독립기구다. △음란물 △폭력적인 내용을 포함한 정보 △사행성 조장 정보 △허위 조작 정보 △명예훼손 콘텐츠 등을 심의하고 시정 요구 조치를 이행한다. 그러나 해당 사이트로부터 피해를 본 언론사가 저작권 침해 등의 사유로 직접 신고를 하지 않는 한 먼저 제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해당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국정원에서도 '아직 문제 콘텐츠 유포 동향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어, 해당 사이트 운영 추이 등을 살펴보면서 심의 규정 위반 사항 등이 발견되는 지를 지속해서 파악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방통위 또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방통위는 주로 명확한 불법 콘텐츠에 제재를 가하는데, 이번 사안처럼 정치적 선전 활동이나 언론사 사칭이 포함된 콘텐츠는 법적 판단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실상 차단 조치가 (2023년부터)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불법 사이트에 대한 판단이 모호하다. 언론사를 도용했다는 측면에서 저작권 문제일 수도 있다”며 “방통위에선 이게 불법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다. 이건 방심위를 통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제도적 모호함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사실상 제도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며 “국정원, 방통위, 방심위가 모두 관련 있는 상황이다. 또 해외 사이트다 보니, 거기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제재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방통위나 방심위는 (권리) 침해 행위에 대한 신고를 받거나, 이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처를 할 수 있다”며 “공공 부문은 국정원이 담당하는데, 국정원이 차단에 나서는 경우는 공공에 해악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