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금 비보장 수익률 최대 10%p↓
국내·외 시장 불안정성에 흔들
은행권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퇴직연금이 노후 대비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주식·펀드 등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글로벌 증시 부진, 환율 변동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원리금 비보장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확정급여형(DB) 5.37%, 확정기여형(DC) 3.21%, 개인형퇴직연금(IRP) 3.48%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DB형은 2.30%포인트(p) 감소했으나 DC형(9.71%p)과 IRP(9.94%p)는 10%p 가까이 하락했다.
원리금 비보장형은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 위험도 크다. 주식,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고위험 간접 투자자산이 포함된 만큼 최근의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2월을 기점으로 미국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 수익률 하락에 결정적인 타격을 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와 유예가 반복되면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해외 주식 비중이 높은 국내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도 함께 떨어졌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인한 환차손도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해외자산에 투자된 펀드는 환율 하락 시 원화 환산 금액이 줄어들면서 실질 수익률이 감소한다. 애초 높은 수익률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예상치 못한 손실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액은 지난해 1분기 159조5338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81조9893억 원으로 1년 새 22억 원가량 증가했다. 고금리 기조에 따라 한동안 은행권 퇴직연금 수익률이 개선되고 지난해 3분기까지는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의 1년 수익률이 15%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수익률 하락이 지속하면서 퇴직연금 운용사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있다. 퇴직연금은 안정적인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수익률 저하는 퇴직연금 운용사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익률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퇴직연금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2.07%로 물가상승률(1월 기준 2.2%)보다 낮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수익률은 5.62%를 기록했고, 미국·호주 등 선진국의 퇴직연금은 8~10% 수준으로 나타났다.
향후 수익률 회복 여부는 불투명하다. 미국이 본격적인 보호무역 조치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투자 비중이 높은 퇴직연금은 글로벌 시장 변동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환헤지 전략이나 분산투자 설계를 더 정교화하고 있다”며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에 대해서는 손실 가능성과 위험성에 대해 사전 안내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