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시설 확충 등에 1년 이상 걸려
희토류 부족, 2~3개월 되면 6개월 내 영향 가시화

미‧중 관세 전쟁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희토류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최근 수출을 제한한 희토류가 미군의 최신 전투기와 핵잠수함 제조에 필수적인 만큼 희토류 수출 중단이 수개월 지속되면 미국이 관세 전쟁을 지속하기 힘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중국이 4일부터 수출을 제한한 희토류는 희토류 중에서도 희소가치가 높은 7가지로, 사마륨‧가돌리늄‧테르븀‧디스프로슘‧루테튬‧스칸듐‧이트륨 등이다. 7가지 희토류 공급에서는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 약 99% 정도가 중국에서 가공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도 최신 방산품 제조에 희토류가 필수적인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수출 제한 명단에 추가한 15여개 미국 기업 중 한 곳을 제외한 14곳은 모두 방산업계 기업이다. 미국 군수 기업계에서는 중국으로부터 희토류 수입이 2~3개월 지연되면 늦어도 반년 안에 제조에 영향이 나타날 거라고 예측한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미군 주력 전투기인 F-35에 필요한 희토류는 약 400kg, 최신 핵잠수함에는 4000kg, 얼레이버크급 구축함에는 약 2222kg 정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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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미‧중 무기 생산 속도는 희토류 영향이 아니라도 중국이 앞서고 있다. CSIS에 따르면 중국이 무기 생산 체제를 급속히 확충하면서 미국보다 5~6배 빠르게 고도의 무기시스템과 관련 장비품을 제조·조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희토류 공급망을 중국이 저격한 셈이다. 미 국방부도 지난해 국가방위산업전략으로 2027년까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목표를 세웠다. 국내 채굴 확대와 동맹‧우방국으로부터 조달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닛케이는 미국이 채굴을 확대해도 중국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채굴을 확대해도 중국이 가공 기술에서도 우위를 갖기 때문이다. 제조시설 건설과 가동 개시까지 1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눈앞에 닥친 관세 전쟁 대응으로는 부족할 뿐 아니라 대안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희토류 부족은 무기 생산뿐 아니라 자동차와 드론 등 폭넓은 생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제조업 타격이 확대될수록 미국 내 노동자 계층의 반발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안보 전문가들이 희토류 동향이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의 가늠자로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중 관세 전쟁의 지속이 가능하지 않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트럼프 행정부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전날 “무역 전쟁을 이대로 지속할 수 없다”고 인정하며 협상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