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길 남기며 선종한 프란치스코…한국과도 인연 깊었다

입력 2025-04-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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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톨릭 신앙의 유산 기렸던 프란치스코 교황
세월호 유가족들 위로…노란 리본 달고 애도 표해
남북 화해 강조한 교황 "한반도에 평화 정착하길"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월 14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바티칸/AF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월 14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바티칸/AFP연합뉴스

폐렴으로 입원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88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병상에서도 "우크라이나전은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평화와 반전의 메시지를 피력한 교황의 선종 소식에 전 세계에서 애도를 보내고 있다.

21일 교황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5분(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은 폐렴이 악화해 숨을 거뒀다.

아르헨티나 주교회의 의장을 지낸 교황은 2013년 3월 가톨릭교회의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1282년 만에 탄생한 비유럽권 출신 교황이자 최초의 라틴아메리카 출신 교황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이기도 하다.

생전 교황은 약자 보호에 힘썼다.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로마의 슬럼가를 방문하고, 바티칸에 노숙자 숙소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 교황은 이탈리아 로마 근교의 청소년 교정시설을 찾아가 세족식을 행했다. 소년원생, 여성, 무슬림에게 세족식을 한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이었다.

이 밖에도 난민 보호 강화, 성소수자 포용, 바티칸은행 개혁 등 교회 개혁 등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병세가 위중한 최근까지도 교황은 “우크라이나전은 모든 인류에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반전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신앙적 유산 기린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교황은 2014년 8월 14일 한국을 방문해 파격적이면서도 소탈한 행보를 보여 국민들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방한 기간 경호 차량이 아닌 소형 국산차(기아 소울)를 이용해 친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방한 전 교황은 "사랑하는 한국의 형제자매 여러분, 며칠 뒤 저는 하느님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이라며 "이 사도적 여정이 한국의 교회와 사회를 위하여 좋은 결실을 보도록 함께 기도해주시기를 바란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에 도착한 교황은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과 한국 가톨릭 신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이때 교황의 방한 기념 로고는 '일어나 비추어라'였다. 우정사업본부는 교황 방한 기념우표와 기념주화를 발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을 선언하기도 했다. 윤지충은 유교식 제사를 거부하다 처음으로 순교한 조선 후기 천주교인이다.

시복식에서 교황은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안에서 이루어진 이러한 승리를 경축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천주교인 여러분이 모두 하느님께서 이 땅에 이룩하신 위대한 일들을 기억하며 여러분의 선조들에게서 물려받은 신앙과 애덕의 유산을 보화로 잘 간직하여 지켜나가기를 촉구한다"라며 한국 가톨릭 교회의 신앙적 유산을 기렸다.

▲프란치스코 교황 출생부터 선종까지
▲프란치스코 교황 출생부터 선종까지

세월호 유가족 위로한 프란치스코…노란 리본 달며 행사 소화해

교황이 방한했을 때, 한국은 4개월 전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침울한 분위기였다. 교황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특히 참사로 막내아들을 고 이승현 군을 잃은 아버지 이호진 씨를 세례했다. 세례명은 교황과 같은 '프란치스코'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교황에게 애도의 표시인 노란 리본과 팔찌를 선물했다. 교황은 미사뿐 아니라 시복식 등에서도 노란 리본을 달고 미사에 임했다.

또 교황은 시청에서 광화문까지 카퍼레이드하던 중 차에서 내려 세월호 유가족 가운데 한 명인 김영오 씨를 만나 손을 꼭 잡았다.

교황 수단에 달린 노란 리본 배지가 비뚤어진 것을 본 김 씨는 배지를 바로 잡아주며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해달라"고 교황께 호소하기도 했다.

▲바티칸시티 성 베드로 광장에서 2일(현지시간) 가톨릭 신자가 교황의 건강 호전을 기원하고 있다. 바티칸/EPA연합뉴스
▲바티칸시티 성 베드로 광장에서 2일(현지시간) 가톨릭 신자가 교황의 건강 호전을 기원하고 있다. 바티칸/EPA연합뉴스

교황 "한반도에 지속적인 평화가 정착되길 기원합니다"

교황은 평화와 화해를 강조하며 남북 관계의 개선을 기원하기도 했다. 그는 방한 당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한반도에 지속적인 평화가 정착되길 기원한다. 용서와 평화는 하느님의 선물이며, 우리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참된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평화는 정의가 이루어지고, 서로를 형제로 받아들일 때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미사에는 새터민들을 포함해 세월호 유족들도 참석했다.

방한 중 기자들과의 만남에서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하며 대화와 화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북이 서로 증오하지 않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 용서가 없이는 참된 평화도 없다" 등 평화의 메시지를 내놨다.

이후에도 교황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 북한과 남한이 서로 손을 잡고 평화를 이뤄나가길 바란다"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을 지지했다.

교황의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라 인류애와 신앙적 관점에서 화해와 용서를 통해 평화를 이루자는 의미를 담고 있어 한국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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