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3 문과 이례적 증가…“의대 쏠림 여파에 중하위권 문과 전향 늘어난듯”

3월 학평서 사탐 응시 비율, 통합수능 도입 이후 최고치 기록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26일 서울 금천구 금천고에서 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올해 고3 수험생 중 문과를 택한 학생들이 전년 대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의대 선호로 이과 쏠림 현상이 뚜렷했던 흐름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의대 정원 확대 발표 후 상위권 수험생들이 대거 이과에 몰리자 상대적 부담을 느낀 중하위권 수험생들이 문과로 이동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종로학원이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 채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학 과목에서 이과생이 주로 응시하는 미적분·기하 과목 응시율은 전년(46.1%)보다 5.6%포인트(p) 낮은 40.5%로 집계됐다. 반면 문과 수험생이 주로 선택하는 확률과 통계 과목 응시율은 같은 기간 53.9%에서 59.5%로 상승했다.

특히 미적분·기하 과목 응시율은 올해 처음으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통합수능이 도입된 후 미적분·기하 과목 응시율은 △2022학년도 39.5% △2023학년도 43.2% △2024학년도 46.1% △2025학년도 46.1% △2026학년도 40.5%다.

과목별로 살펴보면 국어 과목에서도 이과생 감소 흐름이 감지된다. 올해 3월 학력평가에서 이과생이 주로 응시하는 언어와 매체 응시율은 33.8%로, 전년(37.4%)보다 3.6%p 하락했다.

탐구 과목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사회탐구 과목 응시 비율은 64.6%로, 통합수능 도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탐 응시율은 △2022학년도 56.2% △2023학년도 54.7% △2024학년도 52.8% △2025학년도 55.1% △2026학년도 64.6%다. 반대로 과학탐구 응시율은 지난해(44.9%)보다 9.5%p 하락한 35.4%였다.

탐구 과목 응시 인원 규모로 살펴보면 사탐은 사회문화·생활과윤리·세계지리 등 9개 전체 과목에서 9만8976명이 증가했으며, 과탐 과목은 지구과학Ⅰ·화학Ⅰ·생명과학Ⅰ·물리Ⅰ 등 4개 과목에서 3만8979명이 감소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사탐 응시 비율이 늘어난 것은 문과생 증가와 이과생 중 사탐 과목을 응시하는 사탐런 현상이 동시에 크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올해 고3 학생들 중 문과생들이 늘어난 이유로는 의대 진학을 노리는 상위권 수험생들이 이과에 집중되면서 이과 내부의 경쟁이 격화된 데 따른 ‘회피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임 대표는 “의대 선호 현상으로 상위권 학생들이 이과에 집중돼 있고, 서울권 소재 대학 합격선도 이과가 문과보다 높은 상황에서 부담감을 느낀 이과 중위권, 중하위권 학생들이 문과로 전향하면서 중상위권 대학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대 등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은 향후 재수생 등이 가세하면서 과탐 과목 응시생 수가 전년보다 더 크게 줄어드는 경우 과탐 과목에서의 입시 변수가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