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증시가 16일(현지시각)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에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699.57포인트(1.73%) 내린 3만9669.39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전장 대비 120.93포인트(2.24%) 밀린 5275.70에, 나스닥종합지수는 516.01포인트(3.07%) 떨어진 1만6307.16에 각각 거래를 끝냈다.
이날은 파월 의장이 연설에서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하락했다. 파월은 이날 시카고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미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소비지출은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관세를 앞둔 수입 급증은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고 경기 체감도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 정책의 영향으로) 연준은 두 가지 목표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경제가 둔화함에 따라 실업률은 아마도 상승할 것이다. 관세의 영향이 경제에 스며들면서 인플레이션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계감을 드러냈다. 다만 그러면서도 “어려운 상황에서도 시장은 작동하고 있다. 원래 그래야 할 움직임을 하면서 질서정연하게 거의 예상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급락할 경우 중앙은행이 개입하는 연준 풋옵션이 있냐는 물음에는 “설명을 곁들여 아니오 라고 말할 것”이라고 답했다.
주가는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하락 폭을 확대했다. 엔비디아 등 반도체주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기업 중심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4.10% 급락했다.
엔비디아는 전날 당국에 제출한 서류에서 “AI용 반도체 H20을 둘러싸고 미국 정부로부터 중국 수출 시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지를 받았다”며 “55억 달러의 비용을 계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통상 마찰이 심화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장비업체인 ASML은 이날 관세의 영향으로 실적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발 수석 투자 전략가는 “관세 조치로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인플레이션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은 이러한 우려를 확인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를 뺀 전 업종이 약세를 보였다. 기술주가 3.94% 급락하면서 하락장을 주도했다. 임의소비재와 통신서비스 분야도 2%대 내렸다.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는 양호했다. 미국 상무부는 3월 미국의 소매 판매(계절조정치)가 전달보다 1.4% 늘어난 7349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의 증가율 0.2%에서 큰 폭으로 개선된 결과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 대비 2.52포인트(8.37%) 상승한 32.64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대이란 원유 제재에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5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보다 1.14달러(1.86%) 상승한 배럴당 62.4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6월물 가격은 전장 대비 1.18달러(1.82%) 뛴 배럴당 65.85달러에 장을 끝냈다.
이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산 원유를 구매하는 중국 정유사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면서 원유 공급 우려가 커졌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중국의 ‘티팟’으로 불리는 독립 정유소 중 한 곳을 새로운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티팟은 두 번째 제재 대상이다. 이란산 원유 수출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조선 운영회사 등에도 추가 제재를 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제재를 강화해 이란의 석유 수출을 억제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약세가 진행되면서 달러화로 거래되는 원유의 가격 경쟁력이 의식된 측면도 있었다.
유럽증시는 16일(현지시간) 약보합 마감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 반도체 종목이 동반 약세를 띠어 주목된다.
이날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전일 대비 0.97포인트(0.19%) 내린 507.09에 종료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 DAX지수는 57.32포인트(0.27%) 상승한 2만1311.02에, 영국 런던증시 FTSE지수는 26.48포인트(0.32%) 오른 8275.60에 마쳤다. 반면 프랑스 파리증시 CAC지수는 5.43포인트(0.07%) 하락한 7329.97에 거래를 마무리했다.
특히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 주가가 5.2% 급락했다. 미국의 전방위적 관세정책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1분기 수주 실적을 발표한 데 따른 영향이다.
국제 금값이 16일(현지시간) 온스당 3300달러를 돌파하며 또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06.00달러(3.27%) 급등한 온스당 3346.40달러에 마감했다. 전일에 이어 이틀째 강세다.
금 선물 마감가 기준 온스당 3300선을 처음으로 넘어서며 3거래일 만에 역대 가장 높은 기록을 경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됨에 따라 투자자들의 안전한 투자처를 찾은 것이 주된 원인이다. 여기에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가 약세를 보인 것도 금 선물 가격을 끌어올렸다. 금값은 주로 달러화로 표시됨에 따라 통상 달러 가치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경고 역시 금값 고공행진을 부추겼다. 파월 의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관세 인상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높다”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과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목표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파월은 향후 기준금리의 향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기존과 같이 “우리는 정책 기조를 조정하기 전에 더 명확한 상황을 기다릴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언급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연준이 6월에 다시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고 연말까지 3~4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혼조세를 나타냈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한국시간 17일 오전 8시 40분 현재 24시간 전보다 0.59% 상승한 8만4162.0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 가격은 0.90% 내린 1574.55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리플은 0.22% 하락한 2.09달러로, 솔라나는 3.78% 급등한 130.95달러로 각각 거래됐다.
미 달러화는 16일(현지시간) 약세를 재개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전날보다 0.83% 하락한 99.38로 집계됐다. 전일 6거래일 만에 반등했으나 다시 아래를 향했다.
로이터통신은 “달러인덱스가 2022년 4월 이후 약 3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이는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엔ㆍ달러 환율은 0.25엔(0.18%) 내린 142.51엔에 마감, 8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엔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8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작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유로ㆍ달러 환율은 0.49% 상승한 1.1381달러로 집계됐다.
로이터는 “안전자산 통화와 위험 선호 통화 모두가 달러보다 강세를 보였다”면서 “이는 트레이더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무역 파트너들과 어떻게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할지 지켜보는 가운데 일어났다”고 전했다.
뉴욕 소재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브래드 벡텔 글로벌 외환 부문 책임자는 “미국은 일본을 포함한 여러 나라와 무역 협상 중이며, 중국과 미국 간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면서 “잠재적으로 협정을 발표할 수 있는 주요 국가들이 몇몇 있으며, 이는 미국 행정부가 적어도 관세와 관련해 무엇을 하려는지에 대한 틀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