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대 5조 원 규모 ‘빅딜’로 꼽히는 SK실트론 인수전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PE·스틱인베스트먼트가 참여하는 3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는 가장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공개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해 예비실사 기회를 부여할 계획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MM PE는 지난주 후반까지만 해도 인수 참여 여부를 두고 막판까지 검토한 끝에 SK실트론 예비입찰에 뛰어들기로 전일 가닥을 잡았다. 대신 스틱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컨소시엄을 결성해 딜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매도자인 SK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에 나섰다. 매각 대상은 SK 보유 지분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합친 70.6%다. 최태원 SK 회장의 보유 지분(29.4%) 약 1조 원 규모를 제외한 매각 지분의 가치만 4조~5조 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이에 IMM 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는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에 이어 국내 최상위 PE 운용사임에도 가격적인 측면에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파악된다. IMM 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각각 블라인드펀드 2조 원대(GP 출자액 포함)를 보유 중으로 컨소시엄 구성 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다만 향후 SK실트론의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최종 인수 가격은 달라질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SK가 LG로부터 LG실트론(현 SK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에게 ‘사익 편취’ 행위가 작용했다고 보고 과징금 16억 원을 부과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IMM PE·스틱인베스트먼트가 가장 늦게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사실상 유력 후보자로 꼽고 있다. 앞서 자금력을 앞세워온 한앤컴퍼니는 한상원 대표의 국적이 미국이라는 점에서 국내 대표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를 해외 법인에 매각하면 국부 유출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에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는 국내 법인임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MBK파트너스가 최근 고려아연, 홈플러스 여파로 국내 신규 M&A가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자금력과 잡음이 없는 IMM PE·스틱 컨소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다만 기존에도 국내 등록 PEF는 한국 기업으로 받아들여 온 점을 고려하면 한앤컴퍼니의 SK실트론 인수에 별다른 무리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앤컴퍼니가 지분을 인수한 SK계열사는 현재까지 SK해운, SK스페셜티 등 10여 곳에 달한다.
결국 문제는 매각자와 원매자간 가격의 눈높이가 될 전망이다. SK그룹은 수년 전부터 준비해오던 SK온, SK실트론의 기업공개(IPO) 계획이 잇달아 좌초되면서 이번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만큼은 몸값을 제대로 받겠다는 자금 수요가 큰 상황이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SK실트론이 좋은 회사인 점은 분명하다”며 “다만 반도체 업황 변동성이 워낙 심해서, 그 밸류에이션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가 불확실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전쟁 여파로 반도체 시장의 실적 부침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올해 M&A은 작년과 달리 ‘빅(Big) 장’이 설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SK실트론은 한 건만 보더라도 작년 클로즈딜 가운데 1위였던 에코비트 거래금액 2조7000억 원의 2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PEF 참여 거래 합산 규모는 7조5200억 원으로 2023년 대비 약 3조1700억 원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