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노동 비용, 기업 투자에 유의미한 변수”
中 나온 다국적 기업들은 싱가포르·인도네시아로
“한국 상대적으로 경쟁력 떨어져…인센티브 보완을”

미·중 갈등 장기화로 글로벌 공급망이 ‘안보 동맹’과 ‘지리적 접근성’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은 ‘니어쇼어링(near-shoring·소비시장 인접국으로 생산기지 이전)’대상국에서도, 자국 생산을 유인하는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생산기지의 국내 복귀)’에서도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국내외 기업 모두 한국을 ‘제조업 기피 지역’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이 선택받는 ‘제조기지’가 되기 위한 전방위적인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리쇼어링 제도가 시행된 2014년부터 지난해말까지 국내로 복귀한 기업은 총 158개사다. 그나마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2021년 25곳에서 지난해엔 21곳으로 네 곳 줄었다. 유턴한 기업 대부분은 자동화율이 낮고 해외 조달 비중이 적은 중소업체다. 반도체나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군 관련 대기업은 거의 없다. 열악한 상황이다 보니 돌아온 기업 중 18개사는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쇼어링이나 니어쇼어링을 막는 걸림돌 중 하나는 노동 관련 이슈가 꼽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높은 국내 노동 비용을 리쇼어링을 어렵게 하는 근본 원인으로 지적했다. KDI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최저임금의 1%포인트(p) 상승은 리쇼어링 선택 가능성을 9%, 확장형 투자의 선택 가능성을 20% 정도 낮추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는 한국 기업 93.5%는 국내로 복귀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가장 큰 이유로 노동 규제를 지목했다.
니어쇼어링 트렌드에서도 한국은 ‘패싱’되고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인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특히 ‘갈라파고스 규제(국제적 흐름과 단절된 규제), 고비용 구조, 경직된 노동시장 등은 주변국과 비교할 때 생산기지로서 매력적이기는 커녕 ’탈(脫)한국‘을 부추긴다.
수도권의 공장 집중 억제를 위해 1994년 도입된 수도권 공장총량제가 일례다. 정성훈 KDI 연구위원은 “기업들, 특히 제조업이 국내로 들어올 때 자주 컴플레인하는 것 중 하나는 수도권에 공장을 짓고 싶은 마음이 큰 데 짓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인건비도 부담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외국인투자기업 202개를 대상으로 ‘외투기업 국내 노동환경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외투기업은 ‘최저임금, 임금상승 등 인건비 부담’ (37.6%)을 경영에 부담을 주는 현안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단순 수출기지로의 경쟁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에서 나온 다국적 기업은 주로 인구가 많아 시장이 크고 비용이 낮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으로 옮겨갔다”며 “상대적으로 한국은 땅값, 인건비 등 비용이 높고 인구도 적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장 큰 수혜를 본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의 경우 정부의 보조금과 지원책 등 적극적 투자 유치 전략도 한몫을 했다”고 부연했다.
김종철 주한외국기업연합회 대표는 “외국 기업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북대치 등 안보 문제와 노동 문제가 한국 공장 설립을 망설이게 하는 대표적 요인”이라면서 “중국, 베트남 등 경쟁 지역보다 임금이 높고 한국의 강한 노동법 준수 의무, 강성 노조도 언급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