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요구, 한국 국방비 25% 해당
협상카드 활용해 적정선 타협해야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최악의 경우 10배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더 큰 문제는 얼마나 큰 금액인지 체감 못 한다는 데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첫 통화에서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급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마침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가 양국 현안으로 떠오른 셈이지요.
아직 공식적인 협의나 발표는 없습니다. 다만 작년 대통령선거 유세 당시 한국을 일컬어 “부자 나라·현금인출기(Money Machine)” 등으로 표현했던 것을 보면, 충분히 10배는 요구하고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금액, 그리고 우리가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오가는 돈인 만큼, “뭐 나라에서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했다가는 큰일이 나게 생겼습니다. 심각성을 우리 스스로가 깨달아야 합니다. 지금부터 하나하나 풀어보겠습니다.
방위비 분담금의 근거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입니다. 시설과 구역에 대한 특별협정이 근거인데요. 협정은 5년 주기로 체결합니다. 양국의 협상에 따라 분담액을 결정하는 것이지요.
1980년대 미국은 무역적자 누적과 이로 인한 국방비 삭감으로 인해 동맹국의 재정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1991년부터 우리도 주한미군 방위비분담 정책을 시작했습니다.
인상률은 전년도 분담금 총액을 기준으로 물가지수 등을 반영해 협의합니다. 2005년부터는 방위비 기준을 달러가 아닌 우리 돈에 맞춰 냈습니다. 급격한 환율 변화에 대응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요.
방위비 분담금은 2019년에 처음으로 연간 1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올해는 1조4028억 원(약 9억8000만 달러)을 냅니다. 내년에는 조금 더 오릅니다. 작년 10월에 2026년부터 적용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올해보다 8.3% 인상한 1조5192억 원으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새 협정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지금 내는 1조5000억 원 안팎의 부담금도 절대 적지 않습니다. 올해 기준, 우리나라 1년 예산은 약 667조 원입니다. 이 가운데 국방예산은 9.23%인 약 61조6000억 원입니다. 작년보다 3.6% 증가한 규모입니다.
정부예산 총지출은 작년보다 3.2% 증가했습니다. 국방 예산 증가율이 더 높습니다. 동유럽과 중동에서 불거진 2개의 전쟁 속에서 지정학적 우려가 커졌습니다. 남북관계 긴장도 커지면서 국방예산이 늘어났습니다. 국방 예산 대비 현재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2.27%입니다.
일본은 2조2000억 원쯤 냅니다. 그나마 일본보다 덜 낸다고 다행스러워할 일은 아닙니다. 주한미군은 약 2만8000명인데 주일미군은 4만 명 수준입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우리보다 약 두 배 많다는 점도 따져야 합니다. 우리의 부담이 더 크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 달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기 때인 2020년에는 “50억 달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노골적으로 두 배 늘린 셈이지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면 사실상 분담금이 아닙니다. 애초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의 연간 주둔비를 양국이 절반씩 부담하면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주둔비의 절반이 아니라 전체를 한국이 부담하는 것을 넘어 그보다 더 다섯 배 더 많은 금액을 내라는 것이지요.
트럼프가 주장한 100억 달러의 방위비는 우리 돈 14조8000억 원에 달합니다. 즉 우리나라 국방 예산의 약 25%를 달라는 터무니 없는 요구입니다. 또 튀르키예 국방 예산 전체와도 비슷합니다.
답을 찾아야 합니다. 미국이 압박을 위해 폭탄 관세는 물론 주한미군에 소속된 한국인 근로자 월급까지 중단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조선 분야 협력’이라는 우리에게 유리한 협상 카드도 있습니다. 이 카드를 얼마만큼 활용할지 국민 모두 눈에 불을 켜고 지켜봐야 합니다. 분담금 모두 우리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