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하는 할리우드…관객은 떠나고 스타들은 침묵

입력 2025-04-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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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 점유율 작년 70% 하회
10년 전 대비 16%p↓…중국은 3배↑
“미국 소프트파워 경고등”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리산에 세워진 할리우드 사인. 출처 게티이미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리산에 세워진 할리우드 사인. 출처 게티이미지

작년에 영화관에 한 번도 가지 않았어요. 할리우드 영화는 인기 시리즈의 속편이 대부분이에요. 요즘은 스트리밍으로 한국 드라마나 인도 영화를 주로 봐요. 할리우드 스타보다는 유튜브ㆍ틱톡의 인플루언서 소식을 더 자주 챙겨보죠.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사는 아나 스미스 씨(30)는 이같이 말했다.

20세기 초부터 영화 제작의 중심지이자,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할리우드의 존재감이 점차 빛을 잃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최근 보도했다.

전 세계 극장 수익의 약 90%를 차지했던 할리우드는 위세는 점점 사그라지고 있다. 북미 영화 흥행 통계 사이트인 더넘버스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영화관 수입 중 미국 영화의 점유율은 69.5%로 집계됐다. 2009~2010년에는 90%를 넘었고, 10년 전인 2014년에도 85.6%였지만, 10년 사이에 16.1%포인트(p)나 하락하며 70%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은 2014년 5.5%에서 지난해 16.5%로 3배로 확대됐다. 중국이 자국 영화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한 영향이다. 일본도 애니메이션 영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같은 기간 0.6%에서 4.9%까지 높아졌다.

▲해당 연도에 공개된 전체 영화의 극장 수익에서 각국 영화의 점유율(%)을 더넘버스가 조사. 여러 나라가 공동 제작한 경우에는 중복 계산되기 때문에 합계가 100%를 초과하는 경우도 있음.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해당 연도에 공개된 전체 영화의 극장 수익에서 각국 영화의 점유율(%)을 더넘버스가 조사. 여러 나라가 공동 제작한 경우에는 중복 계산되기 때문에 합계가 100%를 초과하는 경우도 있음.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영화 산업을 둘러싼 환경도 할리우드 쇠퇴에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시기에 급감한 관객들은 극장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대신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가 인기를 끌며 대세로 자리잡았다.

실제 영화 산업 분석사인 가워스트리트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작년 북미 극장 수익은 88억 달러로 2017~2019년 평균(115억 달러)보다 20% 이상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중국으로부터의 자본 유입이 줄면서 예산이 빠듯해짐에 따라 대형 시리즈나 가족용 영화 같은 안전한 콘텐츠 제작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월트디즈니 등 대형 5대 제작 스튜디오일수록 그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악재도 끊이지 않았다. 2023년에는 각본가와 배우들의 대규모 파업으로 제작이 지연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주요 시장이었던 러시아에 영화 판매도 불가능해졌다. 올해는 LA에 대형 산불이 발생해 많은 제작진이 피해를 보았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다. 작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로버트 드니로, 조지 클루니 등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이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했지만 공화당의 도널드 드럼프에 큰 표 차로 패배했다.

미국 내 분열이 심화하면서 과거와 달리 스타들이 발언을 주저하는 때도 많아졌다. 배우가 편파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여겨지면 팬과 스폰서가 단번에 떠날 수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에 많은 스타들이 침묵했다.

▲미국 배우 조이 살다나(47)가 3월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프랑스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성전환 수술로 새 삶을 도모하는 멕시코 마약조직 두목을 돕는 변호사 리타를 연기했다. 이날 그는 “저는 이민자 부모의 자랑스러운 자녀”라면서 “아카데미상을 받는 최초의 도미니카 출신 미국인 배우지만 제가 마지막이 아니라는 걸 알고 그러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LA(미국)/AP뉴시스
▲미국 배우 조이 살다나(47)가 3월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프랑스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성전환 수술로 새 삶을 도모하는 멕시코 마약조직 두목을 돕는 변호사 리타를 연기했다. 이날 그는 “저는 이민자 부모의 자랑스러운 자녀”라면서 “아카데미상을 받는 최초의 도미니카 출신 미국인 배우지만 제가 마지막이 아니라는 걸 알고 그러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LA(미국)/AP뉴시스

3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조이 살다나는 “나는 아카데미상을 받은 최초의 도미니카 출신 미국인 배우”라면서 “내가 마지막이 아니라는 걸 알고 그러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할리우드에서 중시돼 온 다양성과 이민자를 부정하는 정책을 펼친 데 대한 항의로 풀이됐다. 하지만 살다나와 같은 소신 발언을 하는 할리우드 배우는 소수에 가깝다는 평이다.

닛케이는 “안전에만 치중한 작품들이 이어지고, 스타들마저 예전 같은 아우라를 잃는다면 할리우드는 더 이상 과거처럼 빛날 수 없다”면서 “미국 대중문화는 그동안 영화를 통해 민주주의 같은 가치를 세계에 전파해 왔다. 결국 할리우드의 흥망은 곧 미국 소프트파워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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