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해상패권 견제 가시화…상선ㆍ방산 협력 가능성
중국산 태양광 ‘폭탄 관세’도 기회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강력한 대중(對中) 견제 정책에 따라 국내 조선ㆍ태양광 업계에선 반사수혜 기대감이 피어오른다.
10일 외신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미국의 해양 지배력 회복’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위한 금융 지원과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한편, 미 무역대표부(USTR)에 조선ㆍ해양ㆍ물류 산업에 대한 중국의 불공정 무역 조사 착수 지시 등이 포함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중국의 해상 패권 견제에 나서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기회를 엿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조선업 재건과 해군력 증강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과의 협력을 수차례 언급해 왔기 때문이다.
앞서 USTR이 미국에 입항하는 중국 선박에 고액의 항만 수수료 부과를 검토한다고 밝힌 뒤 미국 선주가 중국 조선소에 발주한 선박 계약을 취소한 사례도 나온 만큼, 한국 조선소가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해운사들의 ‘탈중국’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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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 건조뿐만 아니라 방산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이미 해군 함정 유지ㆍ보수ㆍ정비(MRO) 사업에서 트랙레코드를 쌓아가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와 급유함 ‘유콘’함의 정비 사업을 따냈다. 올해 처음 수주전에 뛰어든 HD현대중공업은 연간 2~3척의 MRO 계약이 목표다.
함정 MRO를 발판 삼아 함정 건조까지 접근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미 해군은 2054년까지 함정 390척을 확보할 계획인데, 현지 조선소의 생산능력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은 ‘반스-톨레프슨 수정법’에 따라 외국 조선소에서 함정을 건조할 수 없도록 규정했지만, 최근 의회에서 동맹국도 함정 건조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동맹국 중 함정 건조 이력이 있고, 낮은 비용으로 빠른 납기를 맞출 수 있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이 유일하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미국 해군 함정을 건조하고 있는 호주 오스탈 인수를 추진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미국 방산 기자재 업체 페어뱅크스 모스 디펜스와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등 현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이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수주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상황에서 미국의 중국 견제 조치가 구체화할수록 국내 조선업계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태양광 산업 역시 미국의 대중 견제에 따른 수혜 가능성이 예상된다.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때부터 고율 관세를 통해 중국산 태양광 부품에 대한 견제를 지속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저가 공세로 현지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하자 중국산 태양광 부품에 막대한 관세를 물렸고, 동남아 4개국에서 수입되는 모듈에도 반덤핑ㆍ상계관세를 부과해 중국 기업들의 우회 수출을 막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맞불 관세’에 대한 재보복 조치로 1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국가에는 상호 관세를 3개월간 유예하고 10%의 기본 관세만 적용한 만큼 중국산 제품의 미국 시장 진입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반대로 국내 기업들은 한발 빠르게 현지에 생산시설을 마련해 트럼프발 ‘관세 폭풍’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전망이다. 한화솔루션은 2023년부터 3조1000억 원을 투자해 조지아주에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솔라 허브’를 구축했다. 연내 상업 가동을 시작하면 북미 지역 내 잉곳, 웨이퍼, 셀, 모듈을 모두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 된다.
OCI홀딩스는 텍사스에 셀 생산법인을 설립하고 내년까지 총 2기가와트(GW)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지화 전략을 통해 경쟁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